“학교 다닐 때 친구들이랑 초코롤빵 먹었던 추억이 생각나서 열 군데 넘게 편의점을 돌았는데도 못 구했어요” (28세 직장인 양모씨)
SPC삼립(005610)이 재출시한 포켓몬빵이 인기를 끌면서 품귀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18일 기준 포켓몬빵의 누적 생산량은 약 470만 개다. 지난달 24일 출시 후 하루 평균 23만~24만 개 정도를 생산한 셈이다. SPC 관계자에 따르면 포켓몬빵은 경기도 시화·성남 공장, 대구 공장 세 곳에서 생산 중이다.
그러나 공급량보다 수요가 늘어나면서 편의점에 줄 서서 포켓몬빵을 구매하려는 ‘오픈런 현상’과 함께 ‘편의점 지인 찬스’까지 발생하는 등 3주 가까이 열풍이 식지 않고 있다.
직장인 양씨는 “집에서 20분 거리의 편의점까지 가봤지만, 편의점마다 1~2개 정도 물량만 들어와 품절이었다”며 “학교 다닐 때 재밌게 봤던 애니메이션 생각도 나서 먹고 싶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의료계 종사자 남모(31)씨는 “옛날 생각이 나서 동네 편의점이나 슈퍼는 다 가봤는데 못 구했다”며 “편의점을 운영하는 지인에게 부탁해 미리 빼놓은 빵을 하나 구했다”라고 말했다.
SPC삼립에 따르면 포켓몬빵의 재출시는 어렸을 때 포켓몬을 보던 어른들의 지속적인 요청으로 성사됐다. 포켓몬빵은 당시 대원동화(현재 대원미디어)가 들여온 애니메이션 ‘포켓몬’의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SPC삼립이 1998년 출시했다. 월 평균 500만 개의 판매량을 기록할 만큼 인기를 끌다가 이후 디지몬빵, 케로로빵, 원피스빵이 출시되며 잊혀졌다.
SPC삼립 관계자는 “당시에는 초등학생 타깃으로 빵을 출시했던 거라 이후 인기 애니메이션이 디지몬, 케로로, 원피스로 바뀌며 라이선스 재계약을 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최근에는 성인들을 중심으로 재출시 요청이 많이 들어와 출시했는데 물량 맞추기가 어려워 생산라인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켓몬빵의 인기 요인인 띠부씰(떼었다 붙였다 하는 스티커)을 활용한 스티커테크(스티커+재테크)도 한 몫 했다. 직장인 김희주(27)씨는 포켓몬빵을 구매한 뒤 스티커를 되팔아 두 배의 이익을 챙겼다.
김씨는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스티커 한 장에 3000원에 팔았는데, 1500원짜리 빵을 사 두 배의 금액을 얻었으니 재테크에 성공한 셈”이라고 말했다.
일간에선 20대~30대 사회 초년생들이 어린 시절의 향수를 찾고 소비를 일종의 ‘놀이 문화’로 여겨 포켓몬빵 소비에 열광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불황 속에서 경제적, 심리적 불안함을 느끼는 청년들이 어린 시절 애착을 가지고 있던 물품을 사는 것”이라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포켓몬빵이 희소성 가치를 가지며 일종의 ‘어른들의 놀이 문화’를 만든 소비 행태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