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밀키트(Meal kit·반조리 식품) 1위 업체인 프레시지가 2위 업체인 테이스티나인과 개그맨 허경환이 설립한 닭가슴살 전문 쇼핑몰 허닭을 인수한다.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프레시지는 지난주 테이스티나인, 허닭 경영권을 포함한 최대주주 지분 일부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번주 중에는 잔여지분을 프레시지 주식과 교환할 예정이다. 교환 비율은 프레시지 1 대 테이스티나인 0.6, 허닭은 0.4 수준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가 인정받은 합산 기업가치는 2000억원 규모다. 테이스티나인의 최대주주는 2020년 말 기준 45.24%를 보유한 홍주열 대표와 특수관계인이고, 허닭의 최대주주는 김주형(41.5%)·허경환(29.3%) 공동 대표다. 프레시지는 두 회사의 다른 투자자의 지분도 인수하거나 주식 교환을 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딜을 주도한 것은 작년 10월 프레시지를 인수한 사모펀드 앵커애쿼티파트너스(앵커PE)다. 앵커PE는 프레시지 경영권을 인수해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에 오른 다음달 건강·특수식 전문몰 닥터키친을 사들였다. 이 인수합병(M&A)으로 프레시지는 가정간편식에 집중된 사업구조를 건강기능식품으로 다각화 했다.
앵커PE가 닥터키친에 이어 테이스티나인과 허닭을 사들인 것은 볼트온 전략(유사업체 혹은 연관 업종 기업을 추가로 인수)으로 투자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프레시지와 테이스티나인은 국내 밀키트 시장 70~80% 정도를 점유하고 있는 상위 사업자로 한 회사가 되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
같은 밀키트 업체이지만 사업 전략이 달라 시너지를 낼 여지도 있다. 프레시지는 대규모 생산공장에 투자해 CJ 등 주요 대기업의 밀키트 생산을 도맡는 상품 공급자 역할로 2020년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며 외형 성장을 하고 있지만 적자를 내고 있다. 테이스티나인은 수도권에 소규모 생산공장을 여러개 만드는 방식으로 매출은 2020년 233억원 수준으로 프레시지보다 적지만 흑자를 냈다.
허닭은 닥터키친과 ‘건강’이라는 키워드를 공유한다. 2015년 설립된 닥터키친은 당뇨 환자 등 식이요법이 필요한 사람들이 먹기 좋은 단백질 함유량이 높은 음식을 판매한다. 매출은 2020년 기준 60억~70억원 수준인데 건강기능식품 분야에선 경쟁자가 없는 독보적인 플랫폼이어서 SPC삼립 등 주요 식품기업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허닭은 2010년 설립된 뒤 닭가슴살에 집중해 2020년 매출 350억원을 냈다.
프레시지는 중소 물류회사인 라인물류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오는 2분기 중 M&A 절차가 마무리 되면 프레시지는 최근 유통업계의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는 밀키트와 건강기능식품을 제조, 판매, 배송까지 하는 역량을 모두 갖추게 된다. 닥터키친과 테이스티나인, 허닭 대표는 프레시지 공동 대표를 맡아 경영에 계속 참여한다. 지분율은 기관 투자자와의 협상이 끝나는 시점에 확정될 전망이다.
한 IB업계의 관계자는 “앵커PE가 식음료 업계에 유니콘(기업 가치가 1조원이 넘는 스타트업)이 없다는 점에 주목하고 이번 딜을 추진한 것으로 안다”며 “M&A가 완료되면 프레시지의 기업가치는 1조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되며 이 경우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아 투자 유치도 수월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