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시대적 흐름이 돼버린 HMR(Home Meal Replacement·가정간편식)은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속에서 더욱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매끼 재료 손질부터 시작하는 요리 대신 간편하게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즉석섭취식품이나 밀키트 등 HMR 인기가 치솟았기 때문이다. 신선하게 HMR 제품을 배송해주는 유통 업체가 증가한 것도 한몫했다. 국내 간편식 시장 규모는 2022년에 5조원을 넘길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팬데믹 후에도 HMR 시장이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높아진 HMR 인기와 더불어 기업 간 HMR 제품 경쟁도 춘추 전국 시대를 방불케 할만큼 치열해지고 있다. 대형 식품제조사는 물론 플랫폼 등 유통사와 외식 업체까지 새로운 HMR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기업은 HMR에서도 건강을 신경 쓰는 소비자 수요도 충족하기 위해 비건 제품 등을 출시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국내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일본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이코노미조선은 HMR 제품 개발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국내외 기업과 HMR 시장 전망을 담았다. [편집자주]

패트릭 매니언(Patrick Mannion) 이노바마켓 인사이트 대표 아일랜드 더블린대 / 사진 이노바마켓 인사이트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한국에서 밀키트 등 HMR(Home Meal Replacement·가정간편식) 수요가 늘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에서는 밀키트보다 간편한 ‘레디밀(Ready Meal·조리 과정 없이 데우기만 하면 되는 식품)’이 더욱 널리 사랑받는다. 레디밀 시장은 외식을 힘들게 만든 팬데믹 영향과 함께 건강을 중시하는 시대적 요구로 인해 계속 진화하고 있다. 세계적인 식품 시장 조사기관인 이노바마켓 인사이트의 패트릭 매니언(Patrick Mannion) 대표는 12월 7일 ‘이코노미조선’과 서면 인터뷰에서 글로벌 레디밀 시장의 성장 방향을 전망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글로벌 레디밀 시장을 진단해달라.

”혁신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젊은층의 간편식 소비 증가와 함께 유기농 즉석식품, 멀티쿠커(국·죽·찜 등 다양한 요리가 가능한 가전), 건강식, 지중해식 조리법으로 인해 레디밀 신제품이 활발히 출시되고 있다. 프리미엄 제품, 로스팅 제품, 식물성 기반 닭 요리 등이 그 예다. 현재 레디밀 시장에서 한국식 바비큐 키트나 면역력을 높여주는 식품, 집밥 스타일의 밀키트 등이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또 2020년 팬데믹 이후 레디밀 구매처로 지역 편의점(36%)과 온라인 소매점(28%) 이용이 늘었다고 답한 소비자가 많았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안전을 우선시한 결과다. 이런 추세는 편리함을 타고 계속될 것이다.”

글로벌 소비자가 레디밀을 선호하는 이유는.

”이노바마켓 인사이트 조사 결과, 미국 소비자의 25%만이 식료품점에서 레디밀을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은 이보다 더 높다. 독일 소비자의 29%가 식료품점에서 레디밀을 구매했다. 레디밀을 산 소비자의 60%는 구매 이유로 ‘편리함’을 꼽았다. 이 밖에 ‘배부름’ ‘맛’ ‘가성비’도 글로벌 소비자가 레디밀을 선호하는 상위 네 가지 이유에 포함됐다.”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는 레디밀 유통 채널은 무엇인가.

”지역별로 차이가 있다. 편리한 ‘원스톱 쇼핑(백화점 등 한곳에서 모든 쇼핑이 끝날 수 있도록 다양한 점포가 모여 있는 것)’은 아시아보다 서양에서 두드러진다. 북미와 호주, 남미, 유럽 소비자의 80%는 슈퍼마켓에서 레디밀을 우선적으로 산다고 답했다. 아시아는 편의점(태국 53%, 베트남 38%, 중국 35%, 인도 33%)을 선호한다. 물론 아시아에서 온라인 쇼핑도 늘고 있다.”

향후 레디밀 시장의 성장 전망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는 최근 소비자 수요가 높아진 ‘클린 라벨’. 클린 라벨은 식품 생산부터 식탁에 오르기까지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을 뜻한다. 둘째는 건강이다. 신선식품과 건강을 위한 기능성 성분, 개인 건강에 맞춘 식품 등 강력한 부가가치 요소가 레디밀에도 필요하다. 셋째는 전통 요리법이다. 각 민족으로부터 전해져오는 요리법은 계속 인기가 많다. 마살라나 데리야키 등 지역 특산물을 이용해 그 지역만의 조리법으로 만든 제품이 각광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유연한 생활 방식이다. 그동안은 항상 바빠서 빠르게 조리, 섭취할 수 있는 제품 수요가 많았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소비자는 ‘즉석섭취식품’보다 어느 정도 요리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선호하고 있다. 이 중 건강 관련 항목을 더 주목해야 한다. 우리가 레디밀·밀키트 관련된 조사를 하다 보면 ‘건강’ 관련 수요가 상위권에 들었다. ‘무(無)첨가’ ‘고단백’ ‘비건’ ‘글루텐 프리’ 등이다. 특히 아시아에서는 프리미엄 식단과 전통식, 유전자변형(GMO)이 없는 천연 식단에 대한 수요가 많다. 유럽은 저지방과 유당을 제거한 ‘락토오스 프리’ 수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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