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서울 명동과 홍대, 강남 등 주요 상권을 채웠던 미샤(MISSHA), 토니모리(TONYMOLY), 스킨푸드(SKINFOOD) 등 로드숍 기반 화장품 브랜드들이 해외 시장에서 다시 존재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 브랜드들은 과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와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국내 사업을 대거 축소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해외 드럭스토어와 대형마트, 이커머스 플랫폼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며 새로운 성장 기반을 구축한 모습입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에이블씨엔씨(078520)가 운영하는 브랜드 미샤는 최근 영국 최대 드럭스토어 체인 부츠(Boots) 97개 매장과 온라인 채널에서 제품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런던 시내 중심가에 있는 주요 14개 매장에도 입점했습니다.

일러스트=챗GPT DALL·E

부츠는 약 175년의 업력을 지닌 영국 대표 드럭스토어로, 영국 전역에 약 180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에이블씨엔씨는 지난 3월 영국 틱톡샵에 진출한 데 이어 이번 부츠 입점으로 영국 내 온·오프라인 유통 기반을 동시에 확보했습니다.

미샤는 2002년 서울 이화여대 인근에 국내 1호 로드숍을 세운 상징적인 브랜드입니다. 한때 매장도 명동, 강남 등 번화가를 포함해 전국 800여 곳까지 늘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등의 악재가 겹치며 오프라인 내수가 침체됐고, 2020년과 2021년 각각 680억원, 224억원의 적자를 내는 등 실적이 크게 악화했습니다. 이에 미샤는 지난해 말 국내 직영 매장 및 면세 사업 철수를 결정하고, 해외 시장에 집중하며 사업 구조를 개편했습니다.

미샤는 지난해 말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사이버먼데이 기간 아마존, 틱톡에서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는 성과를 냈습니다. 주력 제품인 BB크림 등이 현지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끈 덕입니다.

에이블씨엔씨의 올해 1분기 매출은 6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94억원으로 91.1%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해외 매출은 47.2% 증가했으며, 전체 매출에서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분기 52%에서 올해 1분기 70%로 높아졌습니다. 특히 미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0% 증가했고, 유럽 매출도 43% 늘었습니다.

토니모리도 해외 대형 유통망을 중심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습니다. 토니모리는 지난달 미국 월마트 전국 600개 매장에 입점했습니다. 기존에도 미국 타깃과 울타 뷰티, 아마존 등에 제품을 공급해 왔는데, 월마트 입점까지 더해지면서 북미 대중 유통망 내 소비자 접점이 한층 넓어졌습니다.

토니모리도 국내 로드숍 시장의 흥망을 함께 겪은 대표 브랜드입니다. 2006년 출범 이후 독특한 패키지 디자인과 중저가 색조·기초 제품을 앞세워 로드숍 시장에 안착했고, 서울 명동점을 비롯한 주요 상권에 매장을 늘렸습니다. 그러나 2017년 2057억원 규모였던 매출은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1135억원, 2021년 1146억원 등으로 대폭 감소했습니다.

토니모리는 이후 로드숍 기반 사업 비중을 줄이는 대신 올리브영, 다이소, 온라인, 해외 유통망으로 채널을 다변화하며 체질 개선에 나섰습니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203억원, 144억원으로 전년 대비 24.5%, 18.7% 늘었습니다. 토니모리가 2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은 8년 만입니다.

'먹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라는 슬로건으로 인기를 얻었던 스킨푸드의 옛 광고. /조선DB

한때 회생 절차를 겪었던 스킨푸드도 일본을 중심으로 해외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돈키호테와 로프트 등 일본 주요 유통 채널에 입점해 있으며, 해외 매장 수는 4600여개로 국내 매장 수 1400여개의 3배를 웃돕니다.

2004년 출범한 스킨푸드는 한때 '먹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라는 광고 문구와 푸드 콘셉트 화장품으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러나 2010년대 중후반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2018년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했습니다.

이후 2019년 사모펀드 운용사 파인트리파트너스에 매각된 스킨푸드는 회생절차를 졸업한 뒤 2020년 출시한 히트 상품 '당근 패드'를 앞세워 실적 회복에 성공했습니다. 스킨푸드 매출은 2021년 175억원에 그쳤지만, 지난해 809억원으로 5년 연속 늘었습니다.

스킨푸드는 지난해 말 구다이글로벌에 다시 매각되며 새로운 성장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구다이글로벌은 조선미녀, 스킨1004, 티르티르, 라운드랩 등 해외 성장성이 큰 케이(K)뷰티 브랜드를 잇달아 확보해 온 기업입니다.

뷰티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로드숍 중심 성장 방식은 힘을 잃었지만, 오랜 업력에 기반한 인지도와 제품 경쟁력은 여전히 브랜드의 자산으로 남아 있다"며 "로드숍 기반 브랜드들도 해외 채널에 맞춰 제품과 마케팅을 재정비하면서 다시 성장 여지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