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명품 리셀 플랫폼 크림(KREAM)이 매출 증가세 둔화 속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기업가치는 1조원 아래로 떨어지며 유니콘 기준을 하회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때 거론되던 기업공개(IPO) 추진도 동력이 약화된 가운데, 온라인 명품 플랫폼 시장 전반의 성장 둔화와 맞물려 네이버 투자 전략 변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네이버 크림 로고

◇ 크림, 수익성 부진에 기업가치 하락 압박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크림의 지난해 매출은 2025억원으로 전년 대비 14% 증가했다. 다만 2023년 166%, 2024년 45.3%였던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과 비교하면 증가 폭은 둔화했다.

수익성도 악화했다. 크림은 2021년 법인 설립 이후 단 한 차례도 영업이익을 내지 못했다. 영업 손실은 2022년 861억원에서 2023년 408억원, 2024년 89억원, 지난해 81억원으로 감소하며 적자 폭은 축소되는 흐름이다.

지난해 당기순이익 1355억원은 상환전환우선주(RCPS) 부채의 공정가치 평가 이익이 반영된 회계상 이익으로 실제 현금 유입과는 무관하다. 이는 기업가치 하락에 따라 부채 평가액이 줄어들면서 발생한 장부상 이익으로, 영업을 통해 창출된 수익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크림은 RCPS 부채 공정가치를 2024년 말 5522억원에서 지난해 4106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RCPS는 기업가치 상승 시 보통주 전환을 통해 차익을 얻는 구조로 설계된 만큼, 공정가치가 떨어졌다는 것은 향후 기업가치 상승이나 IPO 가능성에 대한 투자자의 눈높이가 낮아졌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크림 관계자는 "RCPS 공정가치는 할인율, 변동성, 전환 확률 등 다양한 회계적 가정에 따라 달라지는 지표"라며 "기업가치 하락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크림은 2024년 투자 유치 당시 1조원 초반대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리셀 플랫폼 최초 유니콘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최근 RCPS 공정가치를 기반으로 추정하면 기업가치는 7800억원 수준으로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유니콘 기준을 밑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 리셀·명품 플랫폼 구조조정… 발란은 결국 파산

크림 부진은 개별 기업 문제를 넘어 온라인 리셀 및 명품 플랫폼 전반의 성장 정체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 엔데믹 이후 명품과 한정판 소비가 줄어든 데다 고물가 여파까지 겹치면서 시장 위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무신사의 리셀 플랫폼 '솔드아웃'을 운영하는 에스엘디티(SLDT)는 지난해 34억원 규모의 적자(합병 전 기준)를 기록했다. 무신사는 2024년 말 적자가 쌓이는 자회사 에스엘디티 합병에 나섰다. 당시 에스엘디티는 비상 경영을 선포하고 체질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발란 로고

온라인 명품 플랫폼 업계 역시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코로나 시기 해외여행과 백화점 방문이 제한된 것이 온라인 명품 소비로 이어지며 단기간에 급성장했지만, 이후 내수 침체, 플랫폼 간 경쟁 심화로 실적이 악화했다.

1세대 명품 플랫폼으로 꼽히는 발란은 경영난에 시달리다, 지난달 결국 파산했다. 발란은 입점 판매자 정산 지연 사태로 지난해 3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지만, 자금 확보에 실패하며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발란과 함께 소위 '머트발'로 불린 머스트잇, 트렌비도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머스트잇은 2021년 이후 매년 100억원 안팎 적자를 냈고, 2024년에도 약 79억원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트렌비는 지난해 영업 손실 규모가 31억원에서 7억원대로 줄긴 했지만 적자를 벗어나진 못했다.

한편, 크림은 지난해 미국 리셀 플랫폼 '스탁엑스'(StockX)와 합병이 거론됐지만, 성장 둔화로 관련 논의는 진전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스탁엑스와 조인트벤처(JV) 설립 후 네이버의 지분 매각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향후 사업 구조 재편이나 투자 전략 조정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