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패션 트렌드를 선도해 온 일본 시장에 최근 한국 패션 브랜드들이 속속 진출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한국 패션 업계가 일본 패션을 벤치마킹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최근 몇 년간 케이(K)패션이 인지도를 쌓으며 도쿄 핵심 상권에 직접 진출해 존재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달 6~19일 도쿄 시부야 파르코 백화점에서 열린 던스트(Dunst) 팝업스토어 전경. /LF 제공

26일 패션 업계에 따르면, LF(093050)의 자회사 씨티닷츠가 전개하는 캐주얼 브랜드 던스트(Dunst)는 이달 도쿄 시부야를 대표하는 대형 쇼핑몰 '파르코(Parco)' 백화점에서 일본 첫 팝업스토어(임시 매장)를 열었습니다. 시부야 파르코는 글로벌 스트리트·디자이너 브랜드가 집결한 상징적 상권으로, 단순한 쇼핑몰을 넘어 서브컬처와 하이엔드 패션의 성지로 평가받습니다. 던스트는 팝업을 통해 현지 소비자 반응을 점검한 뒤 향후 상설 매장 전환 여부를 검토한다는 계획입니다.

국내 MZ(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끄는 브랜드 아더에러(ADER ERROR)는 지난해 8월 일본 도쿄 오모테산도에 해외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습니다. 오모테산도는 일본을 대표하는 럭셔리·디자이너 브랜드 상권으로, 글로벌 명품 브랜드 매장과 하이엔드 편집숍이 밀집한 럭셔리 쇼핑 중심지로 꼽힙니다.

K패션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은 마뗑킴(Matin Kim)도 지난해 4월 도쿄 시부야에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습니다. 시부야는 일본 최대 번화가 중 한 곳으로, 하루 평균 유동 인구가 300만명에 달하며 젊은 세대의 최신 트렌드가 가장 빠르게 회전하는 지역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마뗑킴(Matin Kim) 시부야점에서 쇼핑을 하고 있는 일본 고객들의 모습. /무신사 제공

한국 여성 컨템포러리 브랜드 레스트앤레크레이션(Rest&Recreation)도 지난해 10월 도쿄 시부야 파르코에서 단독 팝업스토어를 열었습니다. 레스트앤레크레이션은 지금까지 일본에서만 4차례 이상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는데, 일본 내 오프라인 매장 출점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개별 브랜드를 넘어 패션 유통사가 직접 일본 땅을 밟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경쟁력 있는 한국 브랜드를 조달해 해외 유통 채널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현대백화점(069960)의 '더현대 글로벌'은 지난해 9월 도쿄 파르코 시부야점에 첫 정규 매장을 열었습니다.

더현대 글로벌은 이번 정규 매장 오픈 전까지 일본에서 총 43개 브랜드의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며 현지 수요와 매출 가능성을 검증했고, 이를 토대로 정규 매장 체제로 전환했습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상반기 도쿄 쇼핑 거리에 대규모 플래그십 스토어를 추가로 열 계획입니다. 향후 5년간 일본에서 총 5개 리테일숍을 개점한다는 목표입니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들도 일본 사업을 활발하게 확대 중입니다. 무신사는 지난해 글로벌 사업에서 2400억원 규모의 거래액을 기록했는데, 절반 이상이 일본에서 발생했습니다.

무신사는 2024년부터 마뗑킴의 일본 총판을 맡고 있고, 유망 브랜드의 현지 팝업과 오프라인 진출을 지원합니다. 지난해 11월에는 일본 패션 플랫폼 조조타운에 '무신사숍' 페이지를 열고 K패션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향후 일본 내 오프라인 매장 개장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신세계(004170)그룹의 여성 전문 패션 플랫폼 W컨셉도 작년 12월 도쿄 시부야에서 첫 팝업스토어를 열고 K패션 브랜드 15개를 소개했습니다. W컨셉은 작년 8월부터 앱 내에서 일본어 지원을 시작하며 접근성을 높였고, 작년 9월에는 임원 인사를 통해 글로벌 조직을 신설하는 등 해외 사업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아더에러(ADER ERROR)가 지난해 8월 일본 도쿄 오모테산도에 연 해외 플래그십 스토어 '아더에러 도쿄 스페이스' 외관. /아더에러 공식 홈페이지 캡처

에이블리는 2020년부터 일본의 18~35세 여성을 타깃으로 하는 쇼핑 플랫폼 아무드(amood·옛 파스텔)를 운영해 왔습니다. 최근 K패션 인기가 높아지며 아무드의 일본 내 누적 다운로드 수는 650만회를 돌파했고, 아무드 내 1020대 여성 이용자는 약 425만명에 달합니다. 에이블리는 일본 내 풀필먼트 센터를 구축해 배송 경쟁력 강화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한편 일본의 쇼핑몰 사이트 라쿠텐 라쿠마에 따르면, 한국은 일본 여성 소비자들이 패션을 가장 많이 참고하는 해외 국가로 선정됐습니다. 한국을 선택한 비율은 ▲20대 이하 59.3% ▲30대 42.9% ▲40대 27.1% ▲50대 24.9%로 집계됐습니다. 20대 이하에서는 9년 연속 1위를 기록 중입니다.

KOTRA 도쿄무역관 관계자는 "인스타그램·유튜브·드라마 등 콘텐츠 기반 정보 소비 증가로 한국식 스타일에 대한 높은 친숙도와 선호가 자연스럽게 확대되면서 K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