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리커머스(중고 거래)·리퍼비시(반품·전시품 등을 제조사가 점검·수리해 재판매하는 것)는 덜 풍요로운 계층의 경제적 필요에서 출발했다. 다음 단계로는 의류 여권(旅券), 패션 윤리 교육을 통해 윤리적 생산과 사회적 책임(CSR)이 수익성과 결합하는 하이브리드 모델로 갈 것이다."

마그달레나 플론카(Magdalena Plonka) 폴란드 바르샤바 국제패션학교(MSKPU) 설립자는 글로벌 리커머스 시장의 방향을 이렇게 예상했다. 그는 리커머스 확산이 순환 경제 인식보다 경제적 동기가 먼저 작동한 현상이라 보면서도, 제도와 교육이 결합할 때 지속 가능성 전환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의류 여권 도입과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패션 윤리 교육 등을 리커머스의 다음 단계로 지목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마그달레나 플론카 - 폴란드 바르샤바 국제패션학교(MSKPU) 설립자, 폴란드 바르샤바 미술아카데미 패션디자인학 석사, 포르투갈 리스본 IADE 크리에이티브대 패션학 박사, '패션 윤리- 의류 산업의 CSR' 저자, 현 바르샤바 지방법원 의상 디자인 및 디자인 분야 법정 감정인, 전 폴란드 기초인프라·개발부 소속 책임경영 자문위원회 위원 /사진 마그달레나 플론카

글로벌 패션 산업 종사자로서 리커머스·리퍼비시 시장 흐름을 어떻게 보고 있나.

"리커머스·리퍼비시는 비교적 덜 풍요로운 계층의 경제적 필요에 의한 실제적인 답이라고 본다. 순환 경제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시작됐기보다 경제적 요인이 먼저 작동한 결과다. 그럼에도 효과는 긍정적이다. 다만 친환경 라이프스타일 확산이나 소비자 의식 고양과 연계에 대해선 아직 학술 연구가 부족하다. 결국 핵심은 제도다. 브랜드는 판매 이후 제품 수명과 행방에 책임져야 하며, 의류 여권은 그 체계를 위한 입구 역할을 한다. 의류 여권은 유럽연합(EU) 생태 설계 규제에 따라 소재·원산지·생산·수리성과 폐기 방식 등 정보를 담은 디지털 제품 기록을 의미한다. 정책 시행 시점은 2027년이다."

글로벌 패션 기업은 리커머스를 지속 가능성 도구로 보나, 수익 모델로 보나.

"경영진의 가치관에 따라 시각 차이가 있지만, 시장 전체를 보면 수익 기회로 바라보는 경향이 더 강하다. 파타고니아, 망고, 리바이스, H&M 등이 재판매와 수선 프로그램을 이미 수익 모델로 운용하고 있다."

리커머스는 브랜드의 의류 생애 주기 관리 방식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가.

"구조화된 테이크백(수거) 프로그램, 전문 리셀(재판매) 플랫폼과 파트너십, 자체 리퍼비시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이는 새로운 역량이 필요한 시스템이며 지금은 큰 변화의 초기 단계라고 본다. 산업에는 이미 교육된 인력이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법·제도 기반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

많은 기업이 지속 가능성 로드맵을 수립하고 있다. ESG 마케팅을 넘어 실질적 지속 가능성으로 이어지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나.

"가장 의미 있는 시도는 선언적 ESG(환경· 사회·지배구조) 프레임을 넘어 측정 가능한 영향에 집중하는 것이다. 소재 혁신 투자, 생애주기평가(LCA), EPR, 투명한 데이터 인프라 구축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기업·대학·연구기관 간 협업이 특히 중요하며 이는 독점적 마케팅이 아닌 공유 지식을 만든다. 내부 역량 강화도 필수다. 디자이너·바이어·매니저가 환경 문해력과 시스템 사고를 갖추지 못하면 로드맵은 이론에 머물 수밖에 없다. 단기 수익이 불확실해도 장기 예산을 배정하고 실험을 지속하는 기업이 결국 변화를 만든다고 본다."

저서 '패션 윤리- 의류 산업의 CSR'을 통해 전하고자 한 핵심 메시지는.

"CSR은 선택적 부가 요소가 아니라 글로벌 산업에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구조적 조건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패션 윤리는 인권, 동물 복지, 환경 책임, 소비자 교육을 동시에 포함하며, 시스템 변화 없이 지속 가능성을 달성하려는 환상을 비판했다. 젊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쓴 이유는 태도 전환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출간 이후 CSR 논의는 어떻게 변했나.

"CSR 담론은 가시화되고 제도화됐다. 규제가 강화됐고 소비자가 더 정보를 기반으로 선택하고 있다. 그러나 성장 중심 비즈니스 모델과 환경적 한계 사이의 긴장은 남아 있다.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선택적 투명성, 과잉생산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지속 가능한 패션 소비를 위해 소비자는 어떤 역량을 갖추면 좋을까.

"소비자는 품질 평가, 소재 이해, 허위 광고 식별, 장기 가치 평가 능력 등 비판적 문해력을 갖춰야 한다. 감정적 역량 또한 중요하다.

충동 소비를 억제하고 만족을 '새로움' 외의 기준으로 재정의해야 한다. 라벨 읽기, 친환경 소재 이해, 지속 가능성 인증(GOTS·Fair-Trade 등) 활용이 도움이 된다. 리커머스 시장은 소비자의 적극적 관여를 요구하며, 교육 없이는 새로운 구매 모델로 전환이 쉽지 않을 것이다."

브랜드가 리커머스 시장에 진입할 때 가장 중요한 고려 요소는 무엇인가.

"진정성, 운영 역량, 브랜드 정체성과 일관성이다. 내구성이 확보되지 않은 제품 설계나 부족한 시스템으로는 리커머스가 작동하지 않는다. 또한 부수적 프로젝트가 돼서는 안 된다. 디자인·가격·커뮤니케이션 전략과 통합돼야 하며 그러지 않으면 소비자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 나도 플랫폼을 이용해 중고 의류를 구매하지만, 아직 신제품 대비 선택지는 좁다고 느낀다."

글로벌 패션 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이라 보는가.

"리커머스와 윤리적 생산, CSR이 수익성과 결합하는 하이브리드 모델로 갈 것이다. 다만 전개는 균등하지 않을 것이다. 기업이 성장 중심 모델을 재검토하고 장기적 회복력에 투자할 의지가 있는지가 관건이다."

메이탈 펠렉 미즈라히 - 드레스웰 설립자, 예일대 경제학 박사후 연구원, 현 코네티컷대 공공정책대학원 강사, 지속가능한 패션 소비 연구 네트워크 집행위원회 위원 /사진 메이탈 펠렉 미즈라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