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정 - 에이블씨엔씨 대표연세대 경영학, 전 할리스에프앤비 대표이사, 전 프록터앤드갬블(P&G) 아시아 지역 카테고리 리더 /사진 에이블씨엔씨

에이블씨엔씨는 2000년대 초 '미샤(MIS-SHA)' 브랜드로 K-뷰티 열풍을 주도한 기업이다. 그러나 국내 로드숍 시장 침체로 부진을 겪다, 2020년 국내 사모펀드인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에 인수되며 전환점을 맞았다. 2021년 에이블씨엔씨로 옮긴 신유정 대표는 침체기에 있던 회사를 1년 만에 흑자로 전환시켰다.

그는 경쟁이 치열한 국내시장에서 과감히 매장을 정리하기로 하고,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해외시장인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국내 직영매장 철수와 인력 축소가 필요했다. 신 대표는 에이블씨엔씨의 최대 주주인 IMM PE를 설득해 영미권 진출을 추진했고, 지난 5월 미국 시장에 진출한 미샤는 이미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미샤 BB크림은 미국 아마존 BB크림 카테고리 1위, 틱톡숍(TikTok Shop) 메이크업 제품 부문 3위를 차지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프랑스를 제치고 미국으로 화장품을 가장 많이 수출한 국가로 올라섰다. K-뷰티의 글로벌 흥행으로 사모펀드는 자본과 네트워크를 앞세워 K-뷰티 기업의 '성장 지원군'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신 대표는 "(IMM PE는) 큰 전략적 방향이 정해지면 경영진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맡기는 편"이라고 평가하며 "데이터 중심 사고와 시장 트렌드에 기반한 전략 수립으로 최대 주주와 신뢰를 강화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신유정 - 에이블씨엔씨 대표연세대 경영학, 전 할리스에프앤비 대표이사, 전 프록터앤드갬블(P&G) 아시아 지역 카테고리 리더 /사진 에이블씨엔씨

사모펀드 투자가 K-뷰티 산업 전반에 가져온 긍정적 변화는 무엇이라고 보나.

"K-뷰티 산업은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ODM(제조자개발생산) 등 제조사, 부자재사, 물류사, 브랜드사가 철저히 분업화돼 있다. 사모펀드로부터 외부 자금이 유입되면 산업 전체 생산성과 경쟁력이 함께 올라간다. 제조사와 부자재사는 기술 투자를 늘려 더 높은 품질의 제품을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고, 물류사는 자금 유동성이 확보되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해외 수요에 즉각 대응할 수 있으며, 브랜드사는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집행해 소비자 수요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경영하며 느낀 사모펀드 IMM PE의 역할은.

"IMM PE가 에이블씨엔씨 주식 60%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긴 하지만, 나머지 40%는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이다. 우리가 해외에 투자할 예산은 회사 자체 손익과 현금 흐름 안에서 만들어야 한다. 결국 내부에서 이익을 내고, 그 이익을 재투자하는 구조다. 그렇다면 사모펀드의 역할은 무엇인가. 사모펀드의 목표는 '이 회사를 어떤 방식으로 밸류업(가치 상승·value-up)해 더 높은 가치로 매각할 것인가'이다. 따라서 내가 해야 할 일은 최대 주주인 사모펀드를 설득하는 것이다. 예컨대 한국 매장을 축소하면 단기 매출이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신 국내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해외 온·오프라인 리테일에도 집중하면 장기적으로 순 부채/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을 훨씬 높게 받을 수 있다는 논리를 제시했다. 이를 IMM PE 측에서 이해해 줬고, 영미권 진출에 도전할 수 있었다."

IMM PE의 신뢰를 얻기 위한 노력은.

"가능한 한 모든 의사 결정을 '데이터 기반'으로 진행하려고 했다. 에이블씨엔씨의 수출 비중이 60%까지 올라왔지만, 글로벌 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더 확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세계 최대 뷰티 시장인 미국에서 확실한 성과를 내기 위해 Z 세대(1997~ 2010년생)가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틱톡'에서 경쟁해야 한다고 봤다. 콘텐츠 노출부터 구매까지 연결되는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이런 데이터 중심 사고와 시장 트렌드에 기반한 전략 수립이 최대 주주와 신뢰를 강화했다고 본다."

IMM 포트폴리오 간 정보 공유나 자금 조달 지원이 있었나.

"IMM 산하에는 다양한 산업의 바이아웃(buyout·기업이나 특정 자산을 인수해 완전히 소유권을 확보하는 거래)과 지분 투자 포트폴리오가 있다. 같은 산업이 아니더라도 유통, 마케팅, 인재,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자금 조달 등 여러 영역에서 정보를 공유하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 이런 교류가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사모펀드와 협력할 때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은.

"사모펀드는 각각 철학과 운영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IMM PE의 경우 전략적 판단 이후 실행은 경영진에 일임하기 때문에 경영 자율성의 제약은 없다. 다만 사모펀드 포트폴리오 기업이 구조적 변화를 통한 가치 제고를 목표로 하다 보니 일반 기업보다 업무 밀도는 확실히높다."

K-뷰티에 대한 사모펀드의 투자가 계속 이어질까.

"해외에서 K-뷰티 수요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성장세가 더 기대되는 만큼, 사모펀드를 포함한 다양한 투자자가 시장에 유입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본다. 사모펀드의 자금 유입은 산업 고도화에 분명히 도움이 된다. 다만 과열 경쟁으로 해외 마케팅 비용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하거나, K-뷰티 브랜드끼리 출혈 경쟁을 벌여 오히려 'C-뷰티(중국 화장품 브랜드)' 성장에 대응하지 못하는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2026년 에이블씨엔씨의 목표가 궁금하다.

"2026년 해외 매출 비중 75%를 목표로 글로벌 확장을 지속할 계획이다. 미샤 BB크림은 지금도 전 세계에서 5초에 한 개씩 판매될 만큼 경쟁력이 강력하다. 미샤는 스킨케어와 메이크업을 아우르는 하이브리드 브랜드로서 이미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고 본다. 앞으로 더 많은 해외 소비자가 미샤를 경험하고 사랑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