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K)뷰티가 올해 미국 오프라인 채널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아마존과 틱톡을 넘어 울타뷰티, 세포라 등 현지 주요 유통 채널과의 접점을 넓히며 '두 번째 물결'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숏폼과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성과를 내는 데 성공했지만, 꾸준히 살아남으려면 브랜드 철학과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새라 랜딩인터내셔널 대표는 지난 11일 조선비즈와 만나 "아직 미국 소비자의 80%는 K뷰티를 모른다. 반대로 말하면 기회의 문이 그만큼 열려 있는 것"이라며 "단기적인 머니타이징 공식에 의존할 게 아니라, 길게 갈 수 있는 브랜드 철학과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랜딩인터내셔널은 2014년 정 대표가 미국에 설립한 글로벌 유통회사다. 타깃, 코스트코, 월마트, 아소스 등 25여 곳의 유통 채널을 비롯해 현지 대표 뷰티 편집숍 울타뷰티와도 10년 가까이 파트너십을 이어오며 K뷰티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2016년 울타뷰티에 'K뷰티 존'을 출시한 뒤 2017년 코스알엑스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200여 브랜드를 유통해 왔으며, 울타뷰티 매장 내 'K뷰티 프리스티지 존'에 대한 독점권을 확보하고 있다. 내년에는 CJ올리브영 미국 1호점 출점의 현지 파트너사로도 참여할 예정이다.
정 대표는 K뷰티의 '제2의 물결'을 언급하며 "첫 번째 물결은 SNS가 거의 없던 시기에 마스크팩, 진정 스킨케어를 앞세운 브랜드들이 팬데믹을 거치며 성장한 흐름이었다. 지금은 선케어·색조 중심의 인디 브랜드들이 틱톡, 아마존을 통해 소비자와 직접 연결되는 경험을 쌓으면서 두 번째 흐름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K뷰티는 글로벌 리테일러들로부터 '기술력은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아직은 오프라인 소비자에게 낯선 존재이기에, 단순히 많은 신제품 출시로 주목을 끄는 방식보다는 타깃을 명확히 하는 마케팅과 브랜드력 강화가 필요하다"며 "특히 미국 문화와 소비자 특성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추수감사절, 독립기념일 같은 현지 이벤트에도 브랜드가 반응해야 하고, 라틴계 소비자 피부 타입처럼 다양한 니즈를 반영하는 현지화 노력이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랜딩인터내셔널을 창업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미국에서 오랫동안 컨설팅을 하며 한국 브랜드가 현지 시장을 이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장면을 많이 봤다. 단순히 브랜드를 소개하는 것을 넘어, 발주·재고·가격 흐름까지 투명하게 연결해 줄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회사를 세우게 됐다."
―랜딩이 제공하는 플랫폼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가.
"브랜드사 입장에서 발주와 재고, 소비자 가격까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단순히 제품을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 매장에서 어떤 반응이 있는지 브랜드가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미국 소비자들의 K뷰티 인지도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보나.
"일반 소비자 대부분은 아직 K뷰티를 잘 모른다. 10명 중 2명은 알고 8명은 모른다고 보면 된다. 관심 있는 일부만 알고 있는 상황이라, 브랜드 간 경쟁보다는 결국 '파이 자체를 넓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본다."
―미국 시장에서 K뷰티가 부딪히는 가장 큰 현실적 과제는 무엇인가.
"재고 관리가 가장 큰 문제다. 물량이 많으면 손해를 보고, 부족하면 매출을 잃는 구조라 항상 균형이 필요하다. 한국식 '빠른 신제품 출시' 전략은 미국 오프라인 유통과는 속도가 맞지 않아 조율이 필요하다."
―현지화 측면에서 한국 브랜드가 부족한 부분은 무엇인가.
"미국은 인종별·문화별로 소비자 니즈가 다르다. 흑인, 라틴 소비자 피부 타입이나 문화적 이슈에 브랜드가 반응해야 하는데, 아직은 한국 브랜드가 그런 부분에 취약하다. 추수감사절, 독립기념일 같은 현지 이벤트에도 반응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런 시도가 부족하다."
―K뷰티의 '두 번째 물결'을 강조했는데, 무엇이 달라졌나.
"첫 번째 물결 때는 SNS가 거의 없었고, 글로벌 경험이 적어 어려움이 많았다. 지금은 틱톡, 아마존을 통해 소비자와 직접 연결되는 경험을 가진 브랜드들이 많아졌다. 이제는 글로벌 레거시 브랜드와 같은 매장에서 경쟁하면서 공간을 넓히는 것이 관건이다."
―실제 성공 사례를 꼽는다면.
"코스알엑스의 여드름 패치 같은 특정 제품은 한국보다 미국에서 더 꾸준히 팔리고 있다. 패치 등 저렴한 가격대의 아이템은 매장에 그대로 들어가기 어려워 별도의 전용 패키지를 만들어 성공시킨 경우다. 예상보다 매출이 빠르게 늘어나 재고가 부족할 정도였다."
―반대로 실패하거나 어려움을 겪은 사례도 있나.
"코로나 직전 진출한 브랜드는 시기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현지 인지도 확보가 부족할 경우, 아무리 제품력이 좋아도 안착하기 쉽지 않다는 교훈을 얻었다."
―관세 리스크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작년부터 관세 인상 가능성을 예상하고 준비했다. 10%까지는 이미 가격에 포함시켰고, 추가 부담이 발생하는 부분은 브랜드와 리테일러가 함께 협의하는 구조로 풀어가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비용 압박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가격 경쟁력과 브랜드 신뢰를 동시에 지켜내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