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견 패션기업들의 2세 경영이 본격화하면서 기존의 중장년층 위주라는 다소 올드한 이미지를 벗기 위해 노력 중이다. 글로벌 브랜드를 수입하거나 리뉴얼하는 등 MZ세대 공략을 위해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원(009270)은 오너 2세 박정빈 부회장을 중심으로 내수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꾸리고 있다. 신원은 현재 ‘베스띠벨리’, ‘씨(SI)’, ‘지이크’ 등을 전개하고 있는데, 정장 이미지가 강해 젊은층 수요가 적은 편이다.
박 부회장은 이에 글로벌 브랜드 수입으로 MZ세대 공략에 나섰다. 박 대표는 이탈리아 럭셔리 캐주얼 ‘GCDS’를 최근 들여왔다. ‘GCDS’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줄리아노와 CEO인 지오다노 칼자 형제가 2015년 출시한 브랜드로 고가의 캐주얼 브랜드다.
기존 브랜드도 캐주얼 라인을 확장했다. 1995년에 론칭한 브랜드 ‘지이크’의 경우 지난 2022년 리뉴얼 이후부터 사회 초년생을 타깃으로 한 캐주얼 아이템을 늘렸다. 현재는 전체 절반 가량이 캐주얼 제품으로 나온다.
이 처럼 국내 중견 패션 기업들은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와 젊은 세대의 취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주도하는 소비 시장에서 새로운 이미지 구축이 필수라서다.
오너2세 박이라 대표가 이끄는 세정은 온라인 브랜드를 출시해 성과를 내고 있다. 세정은 올리비아로렌 등 중장년층 고객이 많은 브랜드를 중심으로 오프라인 사업에 무게를 뒀지만, 박 대표가 온라인 캐주얼 브랜드를 강조하며 1020까지 고객층을 확장하고 있다.
세정이 지난 2020년 출시한 온라인 브랜드 ‘더블유엠씨(WMC)’는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15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 7월 인기 걸밴드 QWER의 히나와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출시한 후 7~8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00% 이상 폭증했다.
외부 전문가 등 협업을 통한 신사업도 추진 중이다. 박 대표는 지난 3월 ‘마뗑킴’을 만든 김다인 대표와 공동으로 회사를 설립해 온라인 여성복 브랜드 ‘다이닛’을 출범시켰다. 다이닛은 탄탄한 팬덤을 지닌 김 전 대표의 영향으로 출시 약 한 달 만에 1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브랜드 경쟁력을 갖춰 내년엔 오프라인 유통망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최병오 회장의 장남 최준호 사장이 그룹 총괄 부회장으로 승진한 패션그룹 형지도 프리미엄 남성복 브랜드 본을 리뉴얼하면서 젊은층 공략에 나섰다. 자사 브랜드 샤트렌에서도 젊은 고객층을 공략한 ‘프리미에 라인’을 선보였다. 이는 기존 중장년층 고객 가운데 젊고 세련된 제품을 선호하는 수요를 충족시키고 타깃 고객의 연령대를 낮추기 위해 출시된 제품군이다.
최 부회장은 지난해 상품디자인 본부장 직위를 신설했고, 이 직위에는 이은정 총괄 디렉터를 임명했다. 이 디렉터는 랄프로렌, DKNY, 아르마니익스체인지 등 해외 유명 브랜드 본사에서 20년 이상 활약해온 전문가다. 젊고 감각적인 디자인을 선보이기 위해서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기존 중견 패션회사들은 올드한 이미지에 머물러 있는데 젊은층이 소비주도층으로 부상하고 있어 쇄신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국내 소비심리가 좋지 않아 2세들의 경영능력 옥석이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