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주’로 불렸던 LG생활건강(051900)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취임 1년을 앞둔 이정애 LG생활건강 사장의 경영 관리 능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사장은 지난해 말 18년간 성장을 이끌어 온 차석용 전 부회장에 이어 실적 부진을 개선할 ‘뉴 페이스’로 낙점됐지만, 실적 개선은 요원하고 주가는 쪼그라든 상황이다.

LG생활건강은 2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1.93% 오른 34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LG생활건강은 한때 주가가 178만원(2021년 7월 1일)까지 갔던 ‘황제주’였지만, 올 들어선 지난 1월 11일 최고점(76만8000원)을 찍은 후 주가가 반토막이 났다.

그래픽=손민균

주가 하락의 원인은 실적 쇼크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올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6% 감소한 1조7462억원, 영업이익은 32.4% 감소한 1285억원으로 집계됐다.

화장품 부문 매출은 6702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줄었고, 영업이익은 80억원으로 전년보다 88% 감소했다. 면세 업체들의 수익성 중심 경영 기조와 중국 수요 약세로 면세점 매출이 25% 감소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중국 실적도 크게 감소했다. 올 3분기 중국에서의 매출은 1373억원으로 전년 대비 29% 줄었다.

이는 시장 추정치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지난달 26일 3분기 잠정 실적이 발표된 직후 LG생활건강 주가는 20%가량 떨어진 최저점(31만1500원)을 기록했다.

증권가는 중국 경기 침체 등으로 화장품 부문의 수익성이 타격을 받은 가운데, 사업 효율화를 위한 국내 구조조정 비용이 반영돼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3분기 국내 가맹사업 종료 및 북미 사업 재정비 관련 비용이 약 100억원 이상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높은 ‘중국 의존도’를 개선하지 못한 게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다. 올해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전환 후 화장품은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주식으로 관심을 모았지만, 중국 경기 침체로 프리미엄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약화하면서 수혜를 받지 못했다.

지난해 LG생활건강의 영업이익은 7111억원으로,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이 1조원을 밑돌았다.

증권가에 따르면 올해 영업이익은 5000억원에도 못 미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LG생활건강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6%가량 감소한 4323억원이었다.

이정애 사장의 경영 능력에 시장의 눈이 쏠린다. 이 사장은 지난해 11월 정기 임원 인사에서 전임 차석용 부회장에 이어 수장이 됐다. 17년 연속 성장에 제동이 걸리자, 쇄신을 이끌 인물로 LG그룹 첫 공채 출신 여성 최고경영자(CEO)로 발탁됐다.

이 사장은 LG생활건강에 입사한 후 생활용품 사업부장, 럭셔리 화장품 사업부장, 리프레시먼트(음료) 사업부장 등 회사 내 전 사업 부문을 거쳤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중국은 브랜드 포트폴리오 강화와 현지 유통 기반 확대 중심으로 전열을 가다듬겠다. 차기 시장인 북미는 현지 시장과 고객 특성에 맞는 브랜드, 제품 준비와 현지 사업 운영 역량 보강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취임 후 이 사장은 ‘더 후’ 등 대표 화장품의 리브랜딩과 국내 가맹점 사업 중단, 북미 시장 공략 등으로 내실을 재정비하고 수익성 확보 방안을 마련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중국 지역 내 소비 회복이 지연되고, 사업 효율화 관련 비용 등에 대한 부담이 더해져 터닝 포인트(변곡점)를 만들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견고한 성장을 이어가던 음료 부분도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음료 자회사 해태bth가 40년간 영위해 온 과채 음료 ‘썬키스트’의 국내 사업권 계약을 올해 말까지만 유지하기로 하면서다.

과채음료 시장이 부진한 가운데, 순 매출의 1.5~5%에 이르는 브랜드 로열티를 지불하는 대신 코카콜라의 과채음료 ‘미닛메이드’에 집중하겠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이다.

음료 부문은 LG생활건강에겐 효자 사업이다. 올해 3분기 음료 부문 매출은 2.4% 성장한 5059억원, 영업이익은 11.3% 증가한 738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이 음료 부문에서 나온 셈이다.

이승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LG생활건강에 대해 “올해 4분기는 면세 및 중국 실적에 대한 보수적인 추정, 주요 브랜드 마케팅 투자 및 해외 구조조정 관련 비용의 확대 등을 감안했을 때, 연중 가장 어려운 시기”라며 “내년 리브랜딩 성과가 주가의 방향성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했다.

LG생활건강 측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럭셔리 화장품 사업은 ‘더 후’를 위주로, 프리미엄 화장품 사업은 최근 트렌드를 반영해 더마 및 클린 뷰티 브랜드를 중심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또 해외 사업은 올 하반기부터 중국 마케팅을 재개하고, 미국 사업은 연말까지 사업 구조를 개선해 성장 기회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올해는 중장기적인 도약을 위해 전열을 가다듬는 재정비 기간이었다”라며 “중국을 비롯해 북미, 일본, 동남아 등에서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구축해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할 방침”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