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기간 백화점 호황을 이끌었던 명품 소비가 경기 침체로 주춤한 가운데 K패션 브랜드가 백화점 실적을 견인하는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소비 주도층으로 떠오른 국내 MZ세대(밀레니얼+Z세대)뿐 아니라 한국 문화를 추종하는 해외 관광객들에게까지 인기를 끌면서다.

3일 현대백화점(069960)에 따르면 올해 1~8월 더현대서울의 카드 결제액 기준 패션 부문 외국인 매출 1위 매장은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인 마뗑킴이었다. 마뗑킴 매장의 매출은 7월 기준 12억원을 기록해 영 패션 브랜드 단일 매장 중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기존 패션 브랜드 매장의 월 매출인 2~3억원의 6배를 상회하는 수치다.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진행된 아보네, 마뗑킴 팝업스토어./ 하고엘앤에프 제공

더현대서울의 올해 1~8월 외국인 매출은 전년 대비 791% 증가했는데 여기에는 이 같은 K패션 매장의 인기가 톡톡히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현대서울 외국인 구매 고객 중 20~30대 비중은 67%에 달한다. 현재 외국인 매출이 전체 매출의 11%가량을 차지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중국, 일본과 동남아 국가에서 K패션이 인기를 끌면서 마뗑킴이나 시에 등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매장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다”고 했다.

최근 국내 주요 백화점 3사(신세계·롯데·현대)는 K패션 브랜드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 들어 고물가와 경기 침체 영향으로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로 대표되는 명품 매출이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2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감소해 손님을 이끌어 올 대안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소비 주도층으로 떠오른 MZ세대에 인기가 많은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매장은 국내 소비자뿐 아니라 한류를 좋아하는 외국인 관광객까지 끌 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것이 업계 평가다. 소셜미디어(SNS) 발달로 한국 아이돌이나 배우가 착용하는 신생 디자이너 브랜드가 해외 관광객들한테도 인기를 끌고 있어서다.

신세계백화점 부산 센텀시티점의 경우 올해 1~8월 외국인 매출이 481% 증가했다. 특히 지난 2월 새 단장을 마친 국내 최대 규모 영패션 전문관 하이퍼그라운드가 이들을 끌어모으는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하이퍼그라운드에는 이미스, 포터리, 인스턴트펑크, 아웃스탠딩 등 해외에서도 인기가 많은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가 배치됐는데, 새 단장 이후 6개월간 20대와 30대 고객이 전년 대비 각각 101%, 87% 늘었다. 부산 외 지역 고객 수도 60%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지하2층 하이퍼 그라운드에서 열린 비바무역 빈티지 팝업스토어에서 손님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 /신세계 제공

신세계는 하이퍼그라운드가 인기를 끌자, 강남점 본관 8층도 ‘뉴 스트리트’로 새 단장해 지난 10일 문을 열었다. 국내 스트리트 브랜드 벌스데이수트와 우알롱을 업계 최초로 선보이고, 에이트디비전과 프로젝트 등 젊은 소비자들이 주로 찾는 브랜드를 한데 모은 편집 매장도 선보였다.

롯데백화점도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본점에 마뗑킴과 엔더슨벨 매장을 유치했다. 잠실 롯데월드몰에는 아더에러, 마르디메크르디가 입점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중국 단체 관광이 재개되면서 4분기에는 더 많은 해외 관광객이 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K패션 브랜드가 이들을 유인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명품 매출은 당분간 회복이 어렵겠지만 신진 브랜드들이 활기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