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화수 홈페이지, 더 히스토리 오브 후 공식 인스타그램

국내 화장품업계의 쌍두마차로 꼽히는 아모레퍼시픽(090430)LG생활건강(051900)의 2분기 실적이 엇갈렸다. 아모레퍼시픽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흑자전환하고 매출은 소폭 늘어난 반면, LG생활건강은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모두 부진했다.

전문가들은 아모레퍼시픽이 LG생활건강보다 빠르게 매출 다변화에 성공한 것이 두 회사의 실적을 가르는 요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한·중 관계가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는 와중에 아모레퍼시픽이 먼저 중국 의존도를 줄였다는 뜻이다.

◇흑자전환한 아모레, 中 외 신성장동력 ‘북미∙중동’서 성과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G(002790))은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으로 117억원, 당기순이익으로 296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4% 증가한 1조308억원을 기록했다.

해외 매출이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아모레퍼시픽 해외사업 부문의 매출은 전년 대비 27.5% 증가한 3723억원을 기록했다.

북미와 중동 등 새로운 국가에 진출하면서 아모레퍼시픽의 북미와 유럽·중동·아프리카의 2분기 매출이 작년 2분기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지역별로 유럽·중동·아프리카(EMEA)의 매출은 작년 2분기 대비 123% 증가했다. 영국 럭셔리 뷰티 멀티숍 ‘SPACE NK’에 입점하고 중동 세포라 매장에 자리를 잡으면서 매출이 늘었다.

북미 지역의 매출 증가율은 105%를 기록했다. 초고가 브랜드인 설화수는 미국의 대표적인 뷰티 편집스토어인 세포라에 공격적으로 들어서고 있다. 세포라에 들어선 설화수 매장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51개에서 이날 기준 83개까지 늘었다.

지난해 8월 말부터 블랙핑크의 멤버 ‘로제’를 글로벌 앰배서더(홍보대사)로 발탁한 것도 해외 시장 공략에 도움을 줬다는 분석이 많다. 중국 중심 중장년층이 많이 사용하던 브랜드인 설화수의 이미지를 변화시키기 위해 제품 용기(패키징)도 과감히 바꿨다. 대표 제품인 윤조에센스의 경우 기존 한자 로고를 영어 로고로 변경하고, 중국인이 좋아하는 금색을 사용한 용기를 백색만 들어간 용기로 바꿨다.

서용구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아모레퍼시픽이 북미 시장 진출로 한동안 침울했던 분위기를 바꾸는 데 성공했다”면서 “K-POP 등 한류 여파로 북미 시장에 진출하기 좋은 시기에 접어들었는데 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

미국 뉴욕 5번가 세포라 매장./조선DB

◇중국 매출 역신장한 LG생건 “中 면세 매출 외 해외 사업 다변화 필요”

반면 LG생활건강은 2분기 실적은 부진했다. LG생활건강의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5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1% 감소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964억원으로 23.5% 감소했다. 매출액도 1조80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줄었다.

LG생활건강의 2분기 화장품 사업 매출은 8.5% 감소한 7805억원, 영업이익은 24.9% 감소한 700억원이었다. 영업이익률 역시 10.9%에서 9.0%로 하락했다.

중국 매출 비중이 큰데 이를 대체할 판매처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LG생활건강의 매출에서 10%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매출이 3.4% 줄었다. 면세 매출은 두 자릿수대로 줄었다. 상상인증권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2분기 면세점 신장률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23%로 역신장했다. 중국의 618 쇼핑 축제(징둥닷컴의 창립일을 기념해 만들어진 중국 대규모 쇼핑 행사) 실적 효과도 미미한 편이었다.

이는 중국이 단체관광 허가국에서 우리나라를 여전히 제외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팬데믹 이전까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중국인 관광객 회복률은 24%에 그쳤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LG생활건강의 2분기 화장품 주요 브랜드인 ‘후’는 전체 매출에서 5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LG생활건강도 이 부분에서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손님들의 발길이 끊긴 한 면세점 화장품 매장 모습. /조선DB

물론 LG생활건강도 변화를 꾀하고는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달 배우 안소희를 내세운 ‘로얄 레지나’라는 브랜드를 출시했다. 제품 용기도 영어로 바꿨다. 기존 한자 ‘后’ 대신 영문명인 ‘Whoo’를 전면 배치하고 색깔도 황금색 대신 흰색으로 바꿨다.

아모레퍼시픽처럼 북미 시장 진출에도 집중하고 있다. 중국 면세 매출에 타격을 입자 LG생활건강은 지난 2019년 미국 화장품 회사 ‘더 에이본 컴퍼니’를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피지오겔 아시아 및 북미 사업권, 헤어케어 브랜드 알틱폭스 운영사 ‘보인카’ 등을 차례로 인수했다. 지난 1월에는 북미 사업 강화를 위해 스타벅스∙아마존 출신 문혜영 부사장을 미주 사업총괄로 영입하기도 했다.

김혜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국내 화장품 브랜드사 중 가장 높은 중국 의존도를 가졌던 탓에 LG생활건강의 실적과 주가는 업종 내에서도 유난히 부진한 흐름”이라며 “하반기부터 중국 내 마케팅 활동 집중을 예고하고 있어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해외지역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