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온라인 오픈마켓 플랫폼에서 가짜 명품 향수가 유통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11번가와 위메프 등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에서 딥티크·톰포드 등 정품과 모양새나 향이 다른 명품 향수가 정가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11번가 애플리케이션(앱)에서는 지난 6일 향수 베스트(인기 순위) 6위에 ‘딥티크 플레르 드 뽀 오 드 퍼퓸’이 올라왔다. 공식 홈페이지 기준 가격이 25만3000원인 이 향수는 이곳에서 8만8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판매 상품 용량은 75ml로, 딥디크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품절 상태였다.
저렴한 가격을 의식한 듯, 제품명 위에는 ‘100% 정품’이라는 표시와 함께 e서울사랑상품권도 사용할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수입처가 표기된 국문 라벨이나 유통기한을 표기하지 않고, 구매 이력 역시 설명하지 않았다.
이 판매자가 11번가에서 파는 톰포드 오드 우드 오 드 퍼퓸 100ml 역시 390달러(약 50만원)가 공식 홈페이지 가격이지만, 8만3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소비자들은 오픈마켓 플랫폼에 올라온 해당 상품들에 대해 ▲정품에 비해 가격이 너무 저렴한 점 ▲향수 노즐이 다른 제품에 비해 짧고, 정품 인증 마크가 부착되지 않은 점 ▲100% 정품이라고 표기했지만 이에 대한 구매 인증 출처를 밝히지 않은 점 등을 들어 가품(짝퉁)이라고 지적했다.
이 향수를 판매한 중국 국적의 판매자는 고객이 문의할 수 있는 대표 번호 전원도 꺼둔 상태였다. 향수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도 “오픈마켓 플랫폼의 관리 및 제재가 필요하다”는 댓글이 연이어 달렸다.
11번가 측은 이런 내용을 확인한 후 관리자 직권 처리로 해당 상품 판매를 중단한 상황이다. 11번가 관계자는 “제보 향수가 가품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있어 전담 모니터링 부서를 통해 확인했다”며 “해당 판매자의 기존 적발 이력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소명 요청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오픈마켓 플랫폼인 위메프에서도 50만원대 ‘톰포드 오드 우드 오 드 퍼퓸 100ml’ 상품이 8만5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판매자는 제품 설명란에 홀로그램과 국문 라벨이 없는 것을 시인하면서도, 현지 매장 및 면세점에서 구매한 상품이라 저렴하게 유통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면세품 재판매는 불법이다.
이 중국 국적의 판매자는 19만원대 ‘샤넬 넘버5 오드뚜왈렛 100ml’ 향수를 위메프에서 6만원대에 판매하기도 했다. 해당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는 “정품과 달리 향 지속 시간이 너무 짧다”고 평가했다.
같은 판매자에게 ‘디올 소바쥬 오드 퍼퓸 100ml’를 구매한 한 고객은 “향은 유사한데 발향과 잔향이 (정품과) 너무 다르다”고 구매평을 남기기도 했다.
위메프 측은 판매자가 직접 게시한 설명 글은 검토 부분이 아니며, 모니터링을 통해 화장품법(미표기 위반), 관세법(면세품 판매), 상표권(위조품) 위반 시 판매 중지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향수뿐 아니라 중개 방식으로 운영되는 오픈마켓 플랫폼에서 위조 상품은 계속해서 적발되고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지난해 7월 특허청 통계 자료를 근거로 발표한 ‘최근 3년 전자상거래 업계별 위조상품 유통 현황’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상위 19개 플랫폼의 위조상품 수는 43만7091개였다.
이중 네이버 스마트스토어(38.9%), 쿠팡(22.7%), 위메프(15.5%) 등 오픈마켓 형식으로 운영되는 곳의 적발 비율이 77.1%에 달했다.
한 플랫폼 관계자는 “명품 향수와 같은 고가 상품의 경우 먼저 개봉하기 어려워 감정이 사실상 어렵고, 가품이더라도 먼저 찾아내 차단 조치를 하기는 힘들다”라고 말했다. 이에 플랫폼들은 셀러 적발 현황 확인, 가품 시 보상 등을 통해 모니터링과 후속 대책을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11번가 측은 위조 의심 상품일 경우, 협력 상표권자 및 감정 기관 등에 요청해 가품 감정 결과가 회신되면 100% 환불 및 OK캐쉬백 10% 지급 등 구매자 보상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위메프 관계자 역시 “판매자 입점 등록 시 사업자등록번호가 부정 상품을 취급한 이력이 확인되는 경우, 판매자 등록을 막고 있다”며 “가품 발견 시 판매 업체 부담으로 100% 환불 처리되도록 운영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오픈마켓 플랫폼의 경우 판매자로부터 중개 수수료를 받는 구조인 만큼, 판매 상품에 대해 함께 책임감을 갖고 정품 인증 과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믿을만한 판매자인지 꼼꼼히 검토하고,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