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로고/각 사 제공

LG생활건강(051900)아모레퍼시픽(090430) 등 화장품 기업들이 잇달아 북미 시장을 겨냥한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18일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중국이 왕홍(중국 보따리상) 활동 제한 및 자국 화장품 활성화에 나서자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수요가 많은 북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에 LG생활건강은 일부 제품의 북미형 패키지 개발에 나섰다. 아모레퍼시픽은 서경배 회장이 직접 북미 사업 보고를 받고, 미국 대표 뷰티 편집매장인 세포라 내 확장 등 미국 사업에 힘쓰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이 회사의 고급형 화장품인 ‘후’ 패키지 변경 개발에 나섰다. 북미 시장을 겨냥해 포장 용기와 향 등을 조정 중이다. 올 4분기 개발에 들어가 내년에 출시를 목표로 한다.

기존 중국에서 인기를 얻었던 ‘후’ 제품은 중국인이 좋아하는 황금색 패키지, 한방 향 등을 넣어 제조해 판매했다. 하지만 중국 시장이 안 좋아지자 북미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패키지와 향으로 바꿔 북미에는 변경된 제품을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LG생활건강 크렘샵에서 판매하는 제품. /LG생활건강 제공

앞서 LG생활건강은 지난 4월 미국 뷰티 브랜드 ‘더크렘샵(이하 크렘샵·The Crème Shop)’의 지분을 65%를 1억2000만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1485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2012년에 설립된 크렘샵은 미국 MZ세대(1980년~2000년대 출생)를 겨냥해 기초 및 색조화장품과 뷰티 액세서리 등을 판매하는 브랜드다. 회사 측은 현지 브랜드를 활용해 내수 판매 채널을 늘리고, 수출용 화장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은 미국 내 오프라인 매장 입점을 확대하는 한편, 글로벌 아이돌 그룹인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 로제와 손잡고 마케팅에 나섰다.

라네즈는 지난해 말 ‘BTS∙아모레퍼시픽 립 슬리핑 마스크 퍼플 에디션’을 출시하고 BTS의 미국 콘서트에 스폰서로 참여해 현지 고객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펼쳤다.

고급 화장품 브랜드인 설화수도 지난 8월 말 블랙핑크 로제를 글로벌 앰배서더(홍보대사)로 발탁해 국내·외 마케팅에 나섰다. 기존 중장년층이 많이 사용하던 브랜드인 설화수의 이미지를 ‘어머니와 딸이 함께 쓰는 화장품’으로 변화시켜 주 소비 연령층을 낮춘다는 목표다.

설화수가 블랙핑크 '로제'와 선보이는 브랜드 캠페인. /아모레퍼시픽 제공

이와 함께 미국에서 설화수 윤조에센스와 체험 키트(Trial Kit)를 선보이며 어머니의 날(Mother’s day)과 친구 기념일 관련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설화수는 올해 상반기에만 미국 내 세포라 매장 23곳에 신규 입점해 총 51개의 판매 점포와 251개의 주요 상품 판매대(Next Big Thing Wall)를 확보했다. 여기에 라네즈, 이니스프리 등이 선전하면서 올해 2분기 북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6% 이상 증가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9월 유상 증자로 약 1681억원의 자금을 조달해 미국 클린 뷰티 브랜드 ‘타타 하퍼(Tata Harper)’도 인수했다. 타타하퍼는 유전자 조작 원료(GMO), 첨가제, 인공 색소 및 향료, 합성 화학물질 등이 포함되지 않은 자연 유래 성분만을 사용하는 브랜드로, 북미 시장에서 800개 이상의 오프라인 매장에 입점해 있다.

회사 측은 타타 하퍼가 가진 판매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판매 품목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한 뷰티업계 관계자는 “중국인들의 소비가 위축되면서 화장품 주요 판매 채널인 면세점 매출이 줄고, 내수 시장은 한계가 있어 북미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앞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 공격적인 마케팅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