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지오그래픽’ 단일 브랜드로 매출 3000억원대 회사를 키워낸 박영준 더네이쳐홀딩스 대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대표는 50대 초반으로 의류회사 창업주 가운데 젊은 편이지만 20대 자녀 두명에게 회사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현금을 증여하면서 가족회사 체제를 일찍이 다지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더네이쳐홀딩스는 작년 연결 매출이 3703억원으로 전년 대비 2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689억원으로 26% 늘었다.

올 들어 실적 개선 속도가 더욱 빠르다. 상반기 매출은 45% 증가한 1814억원, 영업이익은 73% 늘어난 327억원으로 집계 됐다. 상반기는 가격대가 낮은 봄·여름 의류가 주로 팔리는 시기인데도 증권사의 전망치(매출 1748억원, 영업이익 284억원)를 넘어선 실적을 냈다.

이는 더네이쳐홀딩스의 매출 94%를 담당하는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인기 덕분이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제2의 아웃도어 전성기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실내 스포츠가 제한되며 젊은 등산족이 늘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옷은 요즘 Z세대(1995년 이후 태어난 10대와 20대 초반으로 X세대를 부모로 둔 세대) 사이에서 교복이라 불릴 정도로 인기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로서의 기능성을 갖췄으면서 평상복으로 입어도 될 정도로 세련된 디자인이 특징이다. 디자인이 너무 튀거나 화려하지 않아 입기 부담스럽지 않다.

패션업계에선 미국 비정구기구(NGO) 이름이었던 내셔널지오그래픽을 의류에 접목시킨 박영준 대표의 선구안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1800년대 33인의 과학자가 지리학 보급, 확장을 위해 만든 NGO 협회명이다. 국내에는 미국의 지리·자연·과학 전문 채널명으로도 알려져 있다.

소형 가전 유통업을 하던 박 대표는 2010년 기아, 환경 문제에 관심이 큰 국제 NGO 왓에버 잇 테익스(whatever it takes)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브랜드 사업을 시작하면서 내셔널지오그래픽과도 자연스럽게 인연을 맺었다.

회사 측은 내셔널지오그래픽 협회와 2013년 가방, 캠핑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고 2015년 의류, 2016년 선글라스, 2017년 신발과 키즈로 확대하며 지금에 이르렀다.

◇ 내셔널지오그래픽 의존 어쩌나...스포츠·외식 확장 나서

그러나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성장은 더네이쳐홀딩스에 과제를 안겼다.

단일 브랜드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로 인해 업황이나 소비자 인식 변화에 취약한 회사라는 인식을 지우지 못하고 있어서다.

2020년 7월 코스닥시장 상장 후 더네이쳐홀딩스 주가는 크게 오르지 못했다. 회사는 당시 공모가 4만6000원에 상장했으나 6일 종가 기준 주가는 2만9200원에 그친다.

이에 더네이쳐홀딩스는 작년부터 인수합병(M&A)과 외식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작년 말 매물로 나온 골프공 제조업체 볼빅 인수를 추진했으나 실패했고 올해 4월에는 경기도 이천 사우스스프링스 컨트리클럽(CC)에 30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했다.

지난 5월에는 국내 래시가드 1위 업체인 배럴(267790)을 640억원에 인수했다. 배럴은 2010년 설립된 회사로 작년 매출 215억원, 영업적자 77억원을 기록했다.

경쟁사가 많아지면서 실적이 악화됐지만 래시가드부터 수영복, 워터레깅스, 요가복, 화장품 등 스포츠 관련 다양한 제품을 제조·유통할 역량을 갖췄다는 장점이 있다.

박 대표는 인수 두달 뒤인 7월 배럴 대표를 겸직하면서 더네이쳐홀딩스와의 시너지 방안 모색에 나섰다.

그는 배럴을 미국 요가복계의 샤넬로 불리는 룰루레몬과 같은 세계적인 애슬레져(운동경기를 뜻하는 애슬레틱과 레저를 합한 말로 가벼운 스포츠복이란 의미) 브랜드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다.

외식사업 확장에도 적극적이다. 최근 영업본부 내 외식사업팀을 신설하고 지난 2019년 강원도 양양에 처음 선보인 카페 쏠티캐빈 확장에 나섰다.

쏠티캐빈은 용산 직영점, 현대 프리미엄 아웃렛 스페이스원점, 신세계백화점 하남점에 이어 지난 6월 서울 용산구에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5번째 매장을 열었다.

더네이쳐홀딩스는 박 대표와 특수관계인이 지분 38.96%를 보유한 회사다. 눈에 띄는 점은 증시 상장 이후 박 대표가 20대 자녀들에게 지분 매입을 위한 자금을 꾸준히 증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1999년생인 박준수씨와 2001년생인 박준빈씨는 작년 1월 나란히 회사 주식을 1290주씩 장내매수하면서 처음 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네 차례에 걸쳐 지분을 매입해 현재 각각 지분율 0.06%를 확보했다. 지분 매입 재원은 전부 박 대표의 ‘현금성자산(예금) 수증’이다.

박 대표는 지난 6월 내셔널지오그래픽협회 주최 행사에서 “2023년을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의류) 사업의 아시아 지역 확대 원년으로 삼고 코로나 팬데믹 이후 본격적인 해외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