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하반기 289건→2021년 2만건→2022년 상반기 2만5000건’
명품 플랫폼 발란이 가품 논란에 이어 과다 반품비로 연이은 악재를 맞았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발란은 지난 10일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과다 반품비를 부과한 명품 플랫폼 중 한 곳으로 지적받았다. 발란에서 구매한 소비자들에 따르면 35만원짜리 명품 지갑의 반품비로 30만원, 255만원짜리 명품백 반품비로 50만원이 부과됐다.
발란은 직매입 20%, 병행수입 80%의 비율로 명품 판매를 하고 있다. 병행수입을 하는 판매자들이 자유롭게 가격을 측정하고, 반품비 역시 개별적으로 정해 소비자에게 요구하는 구조라 과다 반품비 문제가 발생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에 발란은 지난 12일 전수조사를 통해 지난 2년간 발생한 4만5000여 건의 반품 사례 중 과다 반품비가 청구된 400건을 선정해 일부 금액을 환급하기로 했다.
발란 측은 환급 금액을 우선 자사 판매관리비로 처리하고, 추후 판매자들과의 정산 과정을 통해 환급 금액을 일부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반품비 과다 부과를 막기 위해 구매대행 판매자가 설정할 수 있는 반품비 기준을 국내의 경우 2~5만원, 해외의 경우 10만원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발란은 반품 횟수가 늘자 이에 대비한 반품충당부채도 책정해 놓은 상태다. 금융감독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발란은 지난해 반품충당부채를 10억원가량으로 표기했다.
반품충당부채는 앞서 고객들이 반품한 비율과 금액 등을 참고하여 추후 발생할 반품 비용을 미리 설정해 놓은 부채다.
발란의 반품 횟수가 1년 반 만에 90배가량 증가하자 이를 대비하기 위한 자본금을 확충한 것으로 풀이된다.
명품 플랫폼 발란은 배우 김혜수씨를 광고 모델로 내세워 급성장했지만, 과도한 판관비 집행으로 2년 연속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발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명품 소비가 늘며 매출액은 2020년 243억원에서 지난해 522억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적자 폭은 3배 가까이 증가했다. 2020년 발란의 영업손실은 64억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86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가품 논란을 비롯해 개인정보 유출 등의 홍역을 치르며 이미지가 손상됐다.
지난 5월 발란에서 판매한 나이키 신발 ‘에어조던1 X 트레비스 스캇 레트로 하이 모카’ 상품이 가품 판정을 받았다.
지난 3월과 4월에는 두 차례에 걸쳐 외부 접속자의 해킹으로 발란 이용자 약 162만 건의 이름, 주소, 휴대 전화번호 등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이에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10일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발란에게 5억1259만원의 과징금과 144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의결했다.
이에 발란은 한국명품감정원과 제휴해 고객 요청 시 5만원 상당의 가품 검수 서비스를 제공하고, 보안 기업 SK쉴더스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실시간 보호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발란은 병행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직매입 상품을 늘렸다. 그러나 팔지 못한 상품과 반품 수가 늘면서 재고도 증가했다.
발란의 재고자산은 지난해 46억원으로 전년(5억원) 대비 9배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상품 가격은 6억원에서 38억원으로 6배 넘게 늘어났다.
재고 증가에 따라 9000만원이던 상품평가충당금 손실 금액은 1년 새 4억원으로 늘었다. 상품평가충당금은 재고자산의 가치가 제조원가보다 낮을 때 해당 재고 자산 가치를 차감하기 위해 설정한 금액이다.
이 회사는 재고 처리를 위해 지난 10일부터 단순 변심 등으로 반품된 새 상품을 최대 90% 할인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리퍼브 기획전’을 진행하고 있다.
발란 측은 “할인 행사 등 고객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단순 변심으로 인한 반품도 모두 해외 반출했던 과거와 달리 재고로 쌓아두고 있는 것”이라며 “단기적인 수익 창출보다는 2023년~2024년 수익 창출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