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지그재그, 에이블리, 브랜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구동 화면. / 각 앱 캡처

3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인 여성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가 외부 투자 유치를 앞두고 물류 센터·인력·복지 등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 받아 투자금을 늘리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시장에선 플랫폼 기업에 대한 투자 열기가 식은 상황에서 몸집 불리기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에이블리의 영업손실은 2019년 124억원, 2020년 384억원, 2021년 695억원으로 늘어났다.

매출액은 2019년 316억원에서 지난해 935억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부채는 190억원에서 711억원으로 3배 넘게 증가했다.

적자 폭이 커진 이유는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이를 토대로 수익성을 확대하는 ‘플랫폼 성공 공식’을 따르고 있어서다.

당장 이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충성 고객을 늘린 후 ‘록인 효과(고객 가두기)’가 발생할 시 수수료 등을 확대해 수익을 개선하려는 것이다.

쿠팡이나 배달의민족이 무료 배송 등으로 점유율을 높인 후 유료 멤버십 비용을 높이거나 중개수수료를 올리는 방식이 이에 해당한다.

문제는 최근 들어 스타트업 플랫폼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선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과거엔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이 적자를 내도 성장성을 높게 평가해 투자를 단행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최근엔 금리 인상에 증시가 위축되면서 투자 심리가 쪼그라들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작년과 달리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스타트업에 대한 리스크(위험)가 커지다 보니 투자 집행이 잘 안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미래 수익 모델이 정확히 있는지, 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치인지 등 투자 검토 기준이 까다롭게 변하고 있다”고 했다.

에이블리에 따르면 이날 기준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670만 명으로 패션 플랫폼 업계 1위다. 하지만 매출액과 거래액은 타 패션 플랫폼보다 낮은 편이다.

지난해 기준 연간 거래액은 카카오스타일(지그재그)이 1조원대, 에이블리가 7000억원대, 브랜디가 5000억원대였다. 매출액은 브랜디가 1380억원대, 에이블리 930억원대, 카카오스타일 650억원대였다.

에이블리 풀필먼트 센터 외관. /에이블리 제공

이에 회사 측은 스타트업 투자 유치 단계 중 후반 단계인 ‘시리즈C’를 계획 중이다. 앞서 올해 초 누적 투자금 1730억원을 유치하면서 기업가치 9000억원을 인정받았다. 이번 시리즈 C를 통해 확보한 투자금을 기반으로 시장 점유율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에이블리는 고객이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하는 비율을 늘리기 위해 쿠폰 제공과 이벤트 등을 진행하고 있다. 또 자체 풀필먼트(물류) 센터를 추가해 빠른 배송 서비스 등을 강화할 방침이다.

더불어 현재 80명 수준인 개발자 인력을 2배가량 늘리고, 직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복리후생비도 확충할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플랫폼 기업에 대한 투자 심리가 악화한 만큼 시장 일각에선 뚜렷한 수익 개선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여성 플랫폼 간의 경쟁이 과열된 만큼 차별화된 카테고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쟁사인 브랜디는 남성 패션 플랫폼 ‘하이버’, 카카오스타일(지그재그)은 5060 중장년층 패션 플랫폼 ‘포스티’ 등을 출시하며 수익 다각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정혜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온라인 패션 플랫폼은 단기간에 수익을 내기 어렵다”며 “플랫폼 사업자들의 경우 일인자 위주로 재편돼서 비용을 안 쓸 수가 없는데 경쟁이 치열하다면 비용 절감, 경영 효율화를 통해 장기적인 수익을 창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