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요기요'와 '배달의민족' 뷰티 카테고리 화면. /각사 제공

“어차피 밖에서 화장품 발라보지도 못하니 그냥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편하게 구매해요” (25세 대학생 권 모씨)

권씨는 최근 한 패션 쇼핑 앱에서 한 뷰티 브랜드의 브러시 세트와 아이라이너를 구매했다. 앱에서 쿠폰을 적용해 사는 게 더 저렴한 데다 후기를 작성한 사람들의 상품평을 비교할 수 있어서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 모(29)씨도 배달 앱에서 생활용품과 함께 화장솜과 팩 등 기초 화장품을 구매한다. 그는 “최소 주문 금액을 맞추는데도 용이하고 당일 배송돼 빠르게 배송받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장기화하면서 배달 앱이나 패션 앱을 통해 화장품을 구매하는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세대)가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 영향으로 매장에서 직접 발라보거나 향을 맡을 수 없으니, 굳이 밖으로 나가서 화장품을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매장을 줄인 화장품 업계는 배달 앱과 패션 앱을 통해 빠른 배송 서비스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특히 로드숍 화장품의 서비스 도입이 활발하다. 배달의민족은 2020년 하반기부터 B마트를 통해 서울·경기권 고객을 대상으로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다. 주문하면 30분~1시간 내 배송하며, 오전 9시부터 밤 12시까지 배송을 해준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아모레퍼시픽, 에뛰드하우스, 토니모리, 스킨푸드 등 60여 개 브랜드가 입점했다.

쿠팡이츠는 10~15분 이내 배송을 목표로 서울 강동구·송파구·강남구·서초구 등 일부 지역에서 뷰티 제품 배송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오전 8시부터 새벽 1시까지 배송이 가능하다. 이날 기준 이니스프리, 라운드랩, 에뛰드하우스, 이니스프리 등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의 입점을 완료했다.

요기요는 2020년 3월 GS리테일의 헬스앤뷰티(H&B) 브랜드 랄라블라와 제휴를 맺은 데 이어 지난해 9월 아리따움, 올해 2월 토니모리와 제휴를 맺고 화장품을 배달하고 있다. 주문하면 한 시간 내 배송하는 게 원칙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지난해 요기요 입점 후 배달 주문 수요가 늘면서 배달 적용 매장을 대폭 늘렸다”라며 “초기엔 아리따움 전국 650개 직영 매장 중 50개 매장에서만 배달이 가능했지만, 올 2월 기준 절반 정도인 320개 매장으로 늘렸다”고 설명했다.

올리브영 '오늘드림' 서비스. /CJ올리브영 제공

H&B브랜드 올리브영은 배달업체 부릉·바로고와 함께 자체 앱 주문 고객을 대상으로 ‘오늘드림’ 서비스를 제공한다. 배송 시간을 3시간 이내, 오후 3~4시 사이, 밤 10시~12시 사이 등으로 나누어 선택할 수 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2~3시간 이내 배송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평균 배송 시간은 45분”이라며 “고객 거주지 인근 매장에서 배달하는 만큼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8년 12월 처음 선보인 오늘드림 서비스는 지난해 말 기준 서울 지역에서만 주문 건수가 100만 건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패션 앱 에이블리는 하루 이내 화장품 배송을 목표로 고객에게 예상 도착일 정보를 제공한다. 최근 3개월의 배송 데이터를 분석으로 배송 출발 시간대를 예상해 고객들에게 다음날까지 몇 퍼센트 확률로 도착할지 알려준다. 에이블리는 이달 화장품 거래액이 처음 화장품을 판매한 작년 3월과 비교해 550% 성장한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로드숍 화장품 매장은 점점 줄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090430)은 2019년 1250개이던 매장을 2020년 1024개로 18%가량 줄였다. 같은 기간 토니모리(214420)는 595개에서 517개로, 더페이스샵은 1173개에서 1094개로, 이니스프리는 1047개에서 920개로 줄었다.

박성희 한국트렌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쇼핑 플랫폼이 발달하면서 화장품 역시 음식 배달처럼 빠른 배송 서비스를 도입해 외부에 나가지 않아도 구매가 가능한 유통 환경이 형성됐다”라며 “소비자들의 편의를 충족시키면서도 새로운 화장품 소비 트렌드가 만들어졌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