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온라인 패션 플랫폼 1위 무신사가 라이브 커머스(실시간 모바일 방송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것)로 자체 브랜드(PB) 무신사 스탠다드 옷을 판매한 지 20분 만에 옷 1억원 어치가 팔려나갔다. 1시간 동안 매출은 3억4000만원으로 늘었고 방송 시작 후 자정까지 총 6억6000만원 어치를 판매했다.
무신사의 이날 방송은 패션업계 뿐만 아니라 라이브 커머스를 하고 있는 주요 플랫폼 기업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현재 라이브 커머스 방송을 꾸준히 진행하면서 평균 시청횟수가 5만회 이상인 기업은 네이버(NAVER(035420)), 카카오(035720), 배달의민족(배민) 정도다. 이 기업들조차 단일제품으로 일 매출 1억원을 내기가 쉽지 않은데, 무신사는 유명 브랜드도 아닌 PB 상품으로 6억원 이상을 판 것이다.
무신사는 지난 1월말 라이브 커머스 ‘무신사 라이브’를 선보였다. 지난해 시작한 네이버, 카카오에 비해 후발주자이지만 방송당 평균 매출이 1억3000만원, 누적 접속자 수는 2만5000명으로 라이브 커머스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네이버는 소상공인 제품이 많아 방송별 편차가 커 평균 거래액을 공개하지 않는다. 카카오는 1억원 수준이다.
무신사는 최근 한달에 한번 꼴로 억 단위 매출을 내고 있다. 4월에 신발 브랜드 반스 라이브 방송에서 매출 5억3000만원을 기록한 데 이어 6월에 1020세대에게 인기가 많은 의류 브랜드 커버낫 라이브 방송에서 1시간 만에 매출 3억원을 달성했다. 7월에 의류 브랜드 리(Lee)와 함께 한 라이브 방송은 한시간만에 매출 1억5000만원을, 8월에는 프랑스 의류·잡화 브랜드 메종키츠네 라이브 방송이 시작 5분 만에 매출 1억원을 돌파했고 30분 만에 준비한 수량이 모두 팔렸다.
무신사 라이브의 강점은 패션에 특화된 플랫폼으로 고정 팬층이 두텁다는 것이다.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400만명으로 모든 패션 플랫폼을 통틀어 가장 많다. 패션 카테고리에서만큼은 전자상거래 상위업체인 네이버, 쿠팡을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패션에 관심이 많은 20~30대 남성들 사이에선 최신 트렌드를 가장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쇼핑몰이자 커뮤니티로 자리 잡았다.
이런 특성 때문에 무신사 라이브는 방송 분위기나 진행방식이 네이버, 카카오와는 사뭇 다르다. 네이버, 카카오의 경우 검색이나 대화 등 다른 목적으로 플랫폼에 방문한 소비자들을 라이브 커머스로 이끌어야 하기 때문에 방송에 오락적 요소를 가미하고 유명인을 섭외한다. 홈페이지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의 상단에 라이브 커머스를 배치시키는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반면 무신사는 옷이나 잡화를 직접 착용하는 모델과 무신사 홈페이지와 앱에 패션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는 에디터, 상품기획자(MD), 인플루언서 등이 제품의 특성을 최대한 상세하게 알려주는 방식으로 방송을 진행한다.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에서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판매하는 옷과 잡화를 어떻게 코디할 수 있는지 다양하게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라이브 커머스의 한계로 지목되는 구매 전환율(방송 시청자가 실제 구매를 하는 비율)도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현재 라이브 커머스를 하는 기업들의 평균 전환율은 5~8% 수준으로 알려졌다. 방송을 100명이 보면 5~8명 정도만 구매를 한다는 뜻이다. 스튜디오·방송 장비·인력 확보에 드는 투자 비용 대비 얻을 수 있는 효과가 낮아 구매 전환율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무신사는 모든 방송의 구매 전환율이 두자릿수다. 커버낫의 경우 무신사 라이브를 통한 구매 전환율이 18%를 넘었다. 10명 중 2명은 방송을 보다 제품을 산 것이다. 회사 측은 “구매 전환율이 높아 입점 브랜드의 반응이 좋은 편”이라며 “브랜드와 패션 트렌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에디터가 직접 출연해 제품 특징을 꼼꼼히 소개한다는 점이 무신사 라이브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선 무신사가 라이브 커머스를 수익화로 연결시킨 첫 사례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현재까지 라이브 커머스에 뛰어든 기업들은 높은 비용 부담 때문에 적자를 보고 있다. 그럼에도 MZ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의 주요 소비 채널이 될 것이란 전망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라이브 커머스 시장은 지난해 3조원에서 2023년 9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며 “2019년 주요 홈쇼핑 3사의 취급고를 합하면 12조원인데 향후 이 시장 대부분이 라이브 커머스로 대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