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수 주류 트렌드는 거스를 수 없는 큰 추세(big trend)입니다."
로돌프 라메즈 비넥스포지엄 대표는 지난달 29일 홍콩에서 열린 비넥스포아시아를 기념해 조선비즈와 가진 인터뷰에서 저도수 주류 트렌드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변화라고 했다. 저도주란 일반적으로 알코올 도수가 20도 미만인 주류를 뜻하지만, 최근엔 논알코올주까지 등장하면서 도수가 더 낮아지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라메즈 대표는 "젊은 세대들 중심으로 궁극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면서 "이는 건강에 민감한 세대가 주류를 선택하고, 주류소비를 절제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고, 대화와 연대를 위한 주류의 역할에 대한 개념도 변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저도주 시장은 성장 기회가 나타나고 있는 몇 안 되는 부분이고, 앞으로는 필수적인 부분을 차지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와인 중심의 최대 주류 박람회를 지향하는 비넥스포지엄에 저도주가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2023년이었다. 그리고 올해 홍콩에서 열린 2026 비넥스포아시아에선 저도주가 당당히 한 구획을 차지했다.
지난달 26일 비넥스포아시아의 개막식이 있던 날, 일본 주류사가 모여있는 일본관에서 가장 북적였던 곳은 굵직한 회사가 아닌 야마다 브루어리(Yamada Brewery)였다. 이는 150년 이상의 양조 역사를 가졌지만 일본 아이치현을 기반으로 한 가족 소유 양조장으로, 큰 규모의 주류회사라고는 볼 수 없는 곳이었다. 그런데도 다양한 수입업자들이 관심을 가졌던 이유는 '폭스피즈(FoxFiz)'라는 신제품 때문이었다.
폭스피즈는 프리미엄 준마이 사케 본연의 향과 맛을 그대로 살린 저탄산 사케다. 기존 스파클링 음료는 단맛이 강하지만, 폭스피즈는 사케에 탄산만 배합해서 깔끔한 느낌을 내는 데 집중했다.
야마다 브루어리 관계자는 "지난해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렸던 아메리카 식품·음료 박람회에서 첫선을 보였고, 당시 반응이 좋아 이번에도 (박람회에) 들고나왔다"면서 "박람회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유럽 등지에서 방문한 바이어들이 명함을 받아 갔다"고 했다.
◇ 하이트 진로 등 저도수 술 내세운 한국 업체들
국내 주류업체들도 저도수 주류를 집중적으로 선보였다. 보해양조는 막걸리 '순희'를 전면에 내세웠다. 막걸리 순희는 알코올 5도의 저도수 제품이다. 막걸리지만 걸쭉한 느낌보다 순하고 깔끔한 맛을 내는 데 집중했다. 보해 복분자도 선보였다. 복분자에 탄산수를 섞어서 시음 행사를 했는데, 지나가던 바이어들이 맛을 보더니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복분자주에 대한 설명 방법이 과거와 완전히 달라진 것이 특징이었다. 과거엔 복분자주를 설명하면서 '보양회춘의 명약'이라거나 '굵직한 세계적인 행사에 빠지지 않는 건배주'를 강조했다면 이제는 기호에 따라 맛있게 만들어 먹는 법과 젊은 세대들이 즐겨 마시는 술 '복사(복분자주와 사이다를 혼합해 먹는 주류의 준말)'에 대한 설명이 주를 이뤘다.
양희욱 보해 인터내셔널지점 파트장은 "바이어들도 복분자주의 음용법에 관심이 많았고 이를 잘 알리기 위해 믹스타워까지 준비해서 박람회에 참석했다"면서 "이번에 바이어들을 여럿 상대해 보니 복분자주의 인지 경로가 한국 인플루언서인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복분자주는 2020년 한 방송사가 BTS 단독 예능을 선보이는 과정에서 노출되고 BTS 팬덤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탄 바 있다. 또 최근엔 먹방 유튜버 쯔양이 민물장어와 복분자주를 곁들이면서 화제를 모았다.
한국 주류의 대표사인 하이트진로(000080)도 12~13도 수준의 과일소주(리큐르)와 2.5도 수준의 과일탄산수 등을 선보였다. 비넥스포 아시아에서 집중적으로 선보인 것은 자몽에이슬, 청포도에이슬, 자두에이슬과 같은 과일소주였다. 하이트진로 부스에는 바이어들뿐만 아니라 협업 제의를 하러 온 주류업체들도 있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현재로선 생산 능력을 전부 활용하고 있어서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제의를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과일소주에 대한 관심과 인지도가 모두 늘어난 것으로 보여 마음이 기쁘다"고 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과일소주 수출액은 1억42만달러로 전년 대비 4.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과일소주 수출액이 1억달러 고지를 밟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칠성(005300)도 과실탄산주 브랜드 '순하리 진' 등 저도주 중심의 소개에 집중했다. 롯데칠성에 따르면 출시 5년만에 '순하리 진'의 누적 판매량이 8200만캔을 넘어섰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연간 매출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라메즈 대표는 "한국 주류과 글로벌 스피릿 시장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원년"이라면서 "다만 한국의 핵심 주류인 소주가 칵테일에 활용되는 등 기존 한국식 소비 방식과는 다른 스타일로 소비돼야 시장에 빠르게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