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걷는 기관으로만 여겨졌던 국세청이 요즘은 한국 주류의 세일즈맨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우리 술을 세계 시장에 알리기 위해 직접 해외 판로 개척에 나선 것인데요. 이번에는 아시아 최대 규모 주류 박람회인 홍콩 '비넥스포 아시아(Vinexpo Asia)'에 아예 '대한민국 케이(K)-술관'까지 꾸립니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최근 우리 술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언뜻 보면 국세청이 전통주 산업을 챙기는 것이 다소 의외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술에는 '주세(酒稅)'가 붙기 때문에 국세청은 원래부터 주류의 제조·유통·면허를 관리해 온 핵심 기관입니다.
국세청이 최근 들어 전통주 지원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커지는 주류 무역적자가 있습니다. 와인과 위스키, 사케 등 수입 주류 소비가 늘면서 적자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관세청에 따르면 주류 무역수지 적자는 2022년 1조3240억원, 2023년 1조2231억원, 2024년 1조1344억원으로 3년 연속 1조원을 넘어섰습니다.
국세청의 계산은 분명합니다. 단기적으로 세금을 깎아주는 데 그치기보다, 국산 전통주의 경쟁력을 키워 수출 산업 자체를 성장시키겠다는 것입니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우리 술의 세계 시장 진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실제로 국세청은 이미 몇 년 전부터 'K-술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습니다. 지난 2023년에는 하이트진로, 오비맥주, 국순당, 롯데칠성음료 등 대형 주류사의 해외 유통망을 전통주 업체들과 연결해 주는 방식으로 수출 지원에 나섰습니다.
그 결과 장수오미자주, 금산인삼주 수삼23, 추사애플와인, 선운산복분자주, 쌀막걸리 등 9개 업체의 19개 제품이 미국·중국·뉴질랜드·홍콩 등으로 수출길에 올랐습니다. 대기업의 글로벌 물류·유통 인프라를 활용해 작은 양조장의 술이 해외 바이어를 만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셈입니다.
이번에는 한 단계 더 나아갑니다. 국세청은 오는 26일 홍콩에서 열리는 비넥스포 아시아 국제 주류박람회에 '대한민국 K-술관'을 마련합니다. 단순 전시를 넘어 해외 바이어들에게 "믿고 마실 수 있는 한국 술"이라는 이미지를 심겠다는 전략입니다. 대선주조의 대선, 롯데칠성음료의 새로, 보해양조의 복분자주, 선양소주의 선양, 무학의 굿데이소주 등. 배상면주가, 오드린 등 전통주 업체가 행사에 참석합니다.
국세청은 앞으로도 전통주 사업자 지원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양조장이 제품 개발과 품질 관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주세 신고 절차를 간소화하고, 일부 주류에 대한 세 부담 완화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세금을 걷던 기관이 이제는 직접 'K-술 수출 지원군'으로 나서고 있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