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는 신세계의 복합쇼핑몰이 들어설 수 있을까. 울산시 중구 우정동에 덩그러니 남아 있는 토지를 둘러싸고 신세계백화점 개발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고 있다. 신세계가 지난 2013년 토지를 확보한 후 몇 차례에 걸쳐 개발 계획을 수정하고 있지만, 사실상 답보 상태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지난해 4월 울산 우정동 인접 동원개발 소유 부지와의 필지 합병을 통해 통합 개발에 착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총개발비는 3조3000억원이다. 구상대로 개발이 이뤄지면 4만6000㎡(1만4000평) 규모 부지에 고급 쇼핑몰과 2500가구의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서게 된다. 당시 박주형 신세계백화점 대표는 "울산 중구 우정혁시도시 내에 혁신도시 특별 계획구역 지정에 부합하는 부울경 최대의 복합개발 단지를 조성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현재도 진척은 더디다. 시행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와 동원개발 간 실무자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인허가 단계 후 사업이 진전된 것은 없다. 이를 두고 울산 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신세계가 울산 부지를 확보하고 13년 넘게 나대지(건축물이 없는 토지)로 놔두고 있는 반면 광주 등의 관련 사업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빨라서다.
신세계는 지난 2013년 5월 울산 우정혁신지구 특별계획구역인 우정동 490번지 일대 2만4332.5㎡(7360여평) 부지를 매입하고, 2021년 9월에 주거용 오피스텔과 상업시설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울산시는 2023년 11월에 도시관리계획(지구단위계획)을 결정(변경) 고지했다. 83층 이하 판매시설, 문화·집회시설, 오피스텔, 제1·2종 근린생활시설 및 부속시설 등이 들어설 수 있도록 행정적 인허가의 물꼬를 틔워줬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 뒤로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가 지난해 필지 합병을 토대로 한 사업계획이 나왔다.
이에 반해 광주신세계가 추진하는 '더 그레이트 광주터미널 복합화 사업'(더 그레이트 광주) 프로젝트는 울산보다 더 늦게 사업 구상에 나섰지만 진척이 더 빠른 편이다. 광주신세계는 신세계백화점을 운영하는 신세계가 지분 62.8%를 보유한 법인으로 호남 지역에서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를 운영하고 있다. 광주신세계는 광주 서구 광천동 종합버스터미널 부지에 3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2023년 11월 광주시와 금호고속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광주시와 광주신세계 간 공공 기여금 문제만 해결되면 순항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목표 완공일은 2028년 말이다.
시행업계에서는 신세계가 울산 개발에 소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데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일단 울산 부동산 분양 시장에 대한 확신을 갖기 어려운 상황이다. 상업시설에 오피스텔, 아파트 등을 감안하고 사업을 구상했을 때 부동산 분양 경기를 감안해야 하는데, 울산 부동산 경기를 좋다고 말할 수 없는 분위기인 탓이다.
울산시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울산 내 1400채가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조선 경기가 되살아나면서 최근 미분양 주택 수가 감소하고 있지만, 초고가 주택이나 오피스텔에 대한 수요에 대해 다시 한번 검토해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시행업계 관계자는 "울산 부동산 시장은 조선이나 석유화학 등 산업 사이클과 연결되는데 이 산업 참여자들이 울산에 자리 잡아 초고가 오피스텔이나 아파트를 소유하려고 할지, 임차를 바라보고 투자가 발생할지 확언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마트 자회사로 편입된 신세계건설이 울산에서 이미 쓴 맛을 보기도 했다. 신세계건설은 자사 브랜드 '빌리브' 이름을 딴 '빌리브 리버런트' 등을 분양했지만 미분양으로 공사미수금 336억원 중 일부인 65억원을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했다.
울산 지역 소비에 대한 판단도 필요하다. 울산은 2016년 조선업 불황 이후로 소비도 위축되는 분위기다. 최근 조선업 분위기가 개선됐지만, 부산이나 대구 등지로 원정 쇼핑을 나가는 소비 행태가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울산에는 이미 경쟁사의 현대백화점과 롯데백화점이 있다. 이곳들의 매출도 줄어드는 추세다. 2020년 기준 현대백화점 울산점과 동구점의 매출은 4500억원 수준이었고, 롯데백화점의 매출은 2400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지난해 기준으로 두 곳 모두 5년 전 대비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2025년 실적 부진을 이유로 울산 동구점을 울산점 분점으로 전환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백화점은 VIP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초고가 전략을 펼치는데 울산에서 이런 전략이 먹힐지 검토가 필요하다"며 "울산은 큰 공업도시이지만, 지역 구성원들이 이곳에서 초고가 소비에 나설지는 확언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편 신세계 관계자는 울산 개발에 대해 "부지 개발과 관련한 컨설팅 용역을 꾸준히 하면서 실무적으로 꾸준히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