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4만명.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규모로 역대 최대치다. 방한 외국인이 급증하면서 이들을 공략하기 위한 유통가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올다무(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로 불리는 3대 브랜드는 유통업계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올다무가 외국인의 관심 속에 사업을 확장하며 성장세를 이어 가는 가운데 한국을 대표하는 소비 품목은 점차 다양해지는 추세다. 본지는 외국인 소비 동선에 새롭게 편입되는 공간의 특징과 확장 흐름을 짚어보고 차기 올다무로 거론되는 채널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역 3번 출구 앞. 올리브영 매장 건너편으로 대형 간판을 단 약국이 줄지어 들어서 있었다. 외벽 전광판에는 'GRAND OPEN(그랜드 오픈)'과 'TAX REFUND(택스 리펀드)' 등 문구가 떠다녔다. 매장 안팎을 구경하는 고객들은 대부분 쇼핑백을 든 외국인 관광객들이었다.
내부 분위기는 일반적인 동네 약국과는 달랐다. 체중 관리, 피부 탄력, 숙취 해소, 장 건강 등 기능별로 제품이 진열돼 있었고 영어·중국어·일본어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약사는 상주했지만, 처방 조제보다 일반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건기식) 판매 비중이 높았다.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외국어로 제품을 설명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성수동·명동·홍대 등 주요 상권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타깃하는 이른바 '관광형 약국'이 늘고 있다. 패션·뷰티 편집숍과 면세점 위주였던 외국인 소비 동선이 약국까지 확장되는 흐름이다. 피부 관리나 다이어트, 피로 회복 관련 제품을 찾는 수요가 이어지면서 약국이 하나의 쇼핑 채널로 부상한 것이다.
그동안 외국인을 응대하는 약국은 성형외과, 피부과가 밀집한 강남 등 일부 상권에서 시술 이후 처방약을 구매하는 수요 위주였다. 하지만 레이저, 스킨부스터 등 피부과 시술이 대중화되면서 국산 전문 의약품은 물론 일반 의약품, 건기식으로 구매 범위가 넓어졌다.
특히 피부과에서 처방하는 연고·로션 등 이른바 MD(병원 전용) 제품이 입소문을 타면서 화장품·제약업계에서는 코스메슈티컬(화장품+의약품)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술 이후 재생·진정 관리에 쓰이던 제품이 일반 소비로 확산되며 외국인의 약국 방문 수요도 함께 늘어나는 추세다.
매대 진열된 소화제, 두통약, 감기약, 상처치료연고 등 일반의약품과 비타민, 유산균, 홍삼 등 건기식 종류도 다양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국내 건기식에 대한 호평이 쏟아지면서 중국, 일본, 동남아에서는 건기식이 제2의 케이(K)뷰티 또는 K푸드로 확장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런 외국인 수요 변화는 '올다무'로 불리는 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의 확장 전략에서도 드러난다. 올리브영은 웰니스 전문 브랜드 '올리브베러'를 선보이며 건기식, 이너뷰티(먹는 화장품) 상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외국인 오프라인 구매 데이터를 보면 웰니스 부문 매출은 30% 이상 증가했고, 이너뷰티 매출은 55% 늘었다. 일부 다이어트·콜라겐·유산균 제품은 외국인 매출이 200% 가까이 급증했다.
무신사는 뷰티 카테고리를 확대하는 동시에 별도 서비스 29CM를 통해 이너뷰티 등 웰니스 상품군을 늘리고 있다. 자체 브랜드(PB) 무신사 스탠다드 뷰티로 초저가 화장품 시장을 공략하는 한편, 29CM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이너뷰티 관련 상품을 별도로 진열한 공간이 구축됐다.
한국관광공사 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외국인 의료 소비 건수(진료과목별) 가운데 약국 비중은 59.7%로 집계됐다. 피부과(21.8%), 성형외과(5.9%)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서울시만 놓고 보면 약국 비중은 62%에 달하며, 소비가 집중된 지역은 중구(명동), 마포구(서교동), 강남구(역삼·논현)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