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을 둘러싼 긴장이 확대되면서 국내 여행사들이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중동 여행 패키지를 둘러싼 환불 정책이 특히 문제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 충돌이 장기전으로 이어질 기미를 보이는 탓이다.
4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등 여행사들은 중동 여행 패키지 상품에 대한 환불 정책을 아직 정하지 못했다. 두바이나 아부다비, 카타르를 방문하거나 경유하는 일정에 대한 환불 정책만 일부 정해진 상황이다. 오는 3월 8일부터 10일 출발 분에 대해서만 수수료 없이 전액 환불을 해주기로 했다.
문제는 그 이후 출발 분에 대해서다. 통상적으로 전쟁은 천재지변에 준하는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분류되기 때문에 여행사의 귀책 사유는 아니다. 따라서 수수료를 제외하고 환불해 준다고 하더라도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 다만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항공편이 취소되거나 정부가 여행 금지를 발령하면 취소 수수료 면제 조치가 시행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는 경영판단의 문제로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고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통상 전쟁이 나면 여행 수요가 급속도로 위축된다. 수수료 없이 환불 조치가 이뤄지면 여행을 고민했던 이들도 환불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아 환불 규모가 커지고, 여행사의 현금 유동성 관리가 어려워진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매출 인식이 취소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고 비용은 즉시 반영되는 구조라서 단기적 현금 가용 능력이 떨어지는 중소형 여행사엔 큰 경영 위험이 된다. 하나투어나 모두투어와 같은 여행사도 단기 실적에 악재다"고 했다.
중동 지역에 문제가 생겼지만 유럽 여행 수요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유럽 여행 패키지 상품은 중동 항공사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중동 항공사들이 적극적으로 판매에 나서면서 여행사들 대상으로 좌석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할당해 왔다.
여행업계에서는 기존 예약자들은 이탈하고 신규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중동 항공사를 이용해 경유지 이용 여정으로 유럽 여행을 떠나는 수요가 20~30% 수준에 달했기 때문에 유럽 노선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비행편을 바꿔서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항공로 우회 등 대체 수단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비행시간도 늘고 비용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중동에 발이 묶인 여행객들에 대한 보상 문제도 있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두바이와 카타르 등 중동 지역에 체류 중인 여행객은 각각 약 300명, 240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개인 여행 및 소규모 여행사 등을 통해 중동 여행을 갔다가 발이 묶인 경우를 감안하면 체류 관광객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이들은 모두 현지 호텔에 머무르고 있고, 비용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논의는 아직 남아있다. 두바이 관광청은 호텔 측에 "방문객 안전이 최우선 과제"라며 피해를 본 투숙객을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일부 호텔은 발이 묶인 관광객에게 추가 요금을 요구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항공정보업체 시리움(Sirium)에 따르면 지난 2월 28일부터 3월 2일까지 중동 지역을 오가는 항공편은 최소 1만1000편이 취소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한항공이 운영하던 인천-두바이 노선이 오는 8일까지 전면 취소됐다. 카타르항공과 에미레이트항공, 에티하드항공 역시 영공 폐쇄와 함께 각각 도하, 두바이, 아부다비를 오가는 항공편을 모두 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