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의장을 비롯한 쿠팡Inc 경영진은 27일 지난해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입장과 함께 실적 영향 및 향후 전망을 밝혔다. 지난해 4분기 성장세가 둔화했지만, 올해 1분기부터는 점진적인 회복세를 예상했다.

이날 김 의장과 경영진은 실적 발표에 앞서 약 6분간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한 입장을 설명했다. 김 의장은 "지난해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고객들에게 걱정과 불편을 끼친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29일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하고 김 의장이 육성으로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사태 발생 후 한 달 만인 지난해 12월 28일 서면 사과문을 발표했는데, 당시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서울 시내 한 쿠팡 물류센터에 배송트럭이 주차돼 있다. /뉴스1

김 의장은 "고객은 쿠팡이 존재하는 유일한 이유이며, 고객 신뢰를 얻기 위해 매일같이 노력하고 있다"며 "고객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보다 심각한 일은 없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김 의장 발언 이후에는 쿠팡 한국 법인 임시대표를 맡고 있는 해롤드 로저스 법무총괄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경위와 조사 결과,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설명했다.

로저스 법무총괄은 "쿠팡 전직 직원 한 명이 약 3300만개 고객 계정에 무단 접근했고, 이 중 약 3000개 계정 정보를 보관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다만 접근된 정보는 이름, 이메일, 전화번호, 배송 주소, 일부 주문 내역 등 기본 정보에 한정되고 금융 정보나 결제 정보, 비밀번호 등 민감 정보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외부 보안 업체와 포렌식 조사 결과 해당 데이터가 외부에 유출되거나 악용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다크웹 등에서도 관련 정보 유통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쿠팡 측은 해당 접근 경로는 이미 차단됐으며 추가 보안 강화 조치를 시행했다고 덧붙였다.

로저스 법무총괄은 "현재 진행 중인 조사 결과나 향후 벌금 등 조치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시스템 개선과 보안 강화 조치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 의장은 "정부 당국과 긴밀히 협력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했다.

김 의장은 이어 한국을 비롯해 대만, 일본 등 주요 시장 전반의 성장 가능성을 강조하며 중장기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고객 경험 개선과 비용 절감을 위해 혁신과 자동화를 확대하고 있고, 로켓배송과 직매입, 물류 인프라 전반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는 중"이라고 했다.

또 "대만 사업은 상품군 확대, 라스트마일 물류 역량 강화를 기반으로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고, 한국 쿠팡이츠와 일본의 로켓나우 음식 배달 등 사업에서도 성장 잠재력을 확인하고 있다"며 "장기적인 성장과 고객 경험 강화를 위해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쿠팡Inc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 여파로 지난해 12월 성장세가 둔화했지만, 올해 들어 점진적인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쿠팡Inc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12조8103억원(88억3500만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97% 감소한 115억원(800만달러)으로 집계됐다.

거랍 아난드 쿠팡Inc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프로덕트 커머스(로켓배송·프레시) 부문의 1분기 매출은 5~10% 증가할 것"이라며 "회복 추이를 지켜본 뒤 향후 분기 중 연간 성장 전망치(가이던스)를 제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쿠팡Inc 주가는 미국 시간 외 거래에서 반등하고 있다. 이날 전 거래일보다 0.35달러(1.91%) 상승한 18.71달러에 마감한 주가는 실적 발표 직후 3.8% 급락했다. 하지만 김 의장 사과 발표 등 컨퍼런스콜이 끝나고 낙폭을 줄이며 오전 10시 현재는 상승세로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