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9일 열린 올해 첫 가치창조회의(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 롯데그룹이 놓인 어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한 고강도 쇄신을 주문했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회장은 이날 서울 송파구 신천동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VCM에서 각 사업군 및 계열사 대표들에게 그룹이 가진 자산을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효율적으로 활용해 난관을 돌파하자고 말했다.
VCM은 롯데그룹 경영 향방을 논하는 중요한 자리다. 매년 상·하반기 VCM에는 신 회장 뿐 아니라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부사장), 이동우 롯데지주 부회장, 사업군별 대표, 계열사 사장 등 주요 경영진 80여 명이 모두 참석한다.
올해 첫 VCM에서 신 회장은 시종일관 엄숙한 분위기로 회의를 진행하며 “지난해는 그룹 역사상 가장 힘들었던 한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빠른 시간 내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유형자산 매각, 자산 재평가 등 다양한 방안을 시행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사업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해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롯데는 지난해 말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진 이후 사업 구조 개편과 재무 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는 주력 사업을 강화하면서 바이오·AI 등 신사업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는 등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할 사업 구조 개편 작업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 역시 이날 “위기가 일상이 된 지금, 롯데가 당면한 어려움의 근본 원인은 외부환경이 아닌 우리 핵심사업의 경쟁력 저하”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 쇄신하고 혁신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며 CEO들에게 “과거 그룹의 성장을 이끈 헤리티지가 있는 사업일지라도 새로운 시각에서 사업모델을 재정의하고 사업조정을 시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을 쇄신하기 위해 최고경영자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올해 경영 방침으로 세가지를 꼽았다.
그는 관성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사업구조와 업무 방식을 혁신하고 도전적인 목표를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롯데그룹이 역경을 극복하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덕담도 잊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신 회장은 “국내 경제, 인구 전망을 고려했을 때 향후 그룹의 성장을 위해 해외시장 개척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며 “지금이 변화의 마지막 기회임을 명심하고 이번 위기를 대혁신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