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및 인테리어 플랫폼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업계 1위 ‘오늘의집’은 자사 프리미엄 플랫폼인 바이너리샵을 재개장하는 과정에서 무신사가 운영하는 ‘29CM’로부터 불공정거래 의혹을 제기 받았다.

파격 혜택을 제공해 29CM 입점 브랜드를 부당하게 빼가거나 상품 수를 줄여 ‘식물 상점’을 만들고 있다는 게 무신사 측 주장이다. 다만 오늘의집 측 유인에 강요성이 없으면 이는 플랫폼 간 공정한 경쟁으로 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오늘의집 바이너리샵이 연말을 맞아 개장한 오프라인 팝업 '프라이빗 크리스마스'의 모습. /오늘의집 제공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늘의집은 최근 바이너리샵을 출시 1년 만에 대대적으로 리뉴얼(재단장)해 2.0 버전을 선보였다. 바이너리샵은 프리미엄 가구를 모은 별도의 온라인 편집숍이다. 기존 플랫폼인 오늘의집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다. 바이너리샵은 고급화로 투트랙 전략을 쓴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경쟁사인 29CM로부터 불만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바이너리샵 측에서 이미 29CM에 입점해 있거나 혹은 미입점이지만 영업 대상인 주요 브랜드에 지분 투자 등을 약속하면서 29CM에서의 판매를 완전 중단하거나 인기 상품 비중을 낮추라는 조건을 걸었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 프리미엄 체어 브랜드로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29CM에서 인기를 끌었던 A업체는 수십만원대의 프리미엄 의자, 쇼파 등의 가구 관련 상품은 모두 판매 중단했다. 1만~2만원대의 컵이나 인테리어 소품만 남겨둔 상태다. 대신에 바이너리샵에서는 80만~90만원대 고가 의자를 단독 상품으로 판매 중이다.

또 다른 가구 브랜드 운영사 B업체도 29CM에서 기존에 판매하던 쇼파, 의자 등 인테리어 상품을 모두 빼버렸고 대신 바이너리샵에서 ‘오늘의집 온리(ONLY)’라는 이름으로 단독 상품 비중을 확대했다.

오늘의집은 가구 및 인테리어 플랫폼 업계 1위 회사다. 하지만 최근 29CM의 성장세가 가파른 상황이라 리뉴얼한 바이너리샵을 키우기 위해 공격적 마케팅에 나선 것이다. 29CM는 인기 가구 및 인테리어 브랜드가 다수 입점해 성장세가 가파르다. 올해 1~11월까지 누적 거래액이 전년 대비 50% 이상 성장하며 1조원을 돌파했다.

일각에선 오늘의집의 이런 영업 방식이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거래 제한 행위 등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거래법에선 특정 거래 상대방에게 불리한 조건을 강요해 경쟁을 저해하는 거래 제한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즉 오늘의집이 경쟁 플랫폼에서의 상품 판매를 제한하거나 판매 비중을 축소하도록 요구했다면, 이는 거래 제한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또 브랜드가 복수의 플랫폼에서 자유롭게 활동(멀티 호밍)할 권리를 제한하는 행위는 시장의 경쟁을 제한할 수 있으며, 이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주요 관찰 대상이다.

다만 현재 오늘의집이 막강한 시장 지배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 데다, 브랜드에 특정 거래 조건을 강요한 게 아니라 브랜드가 자발적으로 선택한 것이라면 공정거래법으로 문제를 삼기는 어려워진다. 오히려 이는 플랫폼 간 건강한 경쟁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오늘의집 관계자는 “오늘의집은 입점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영업을 하고 있다”며 “바이너리샵 입점 조건이 다른 플랫폼에서의 이탈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29CM도 오늘의집 입점 브랜드를 대상으로 영업하고 있다. 이미 다수의 기존 오늘의집 입점 브랜드가 29CM에 단독으로 입점하기도 했다”며 “양사 모두가 좋은 파트너를 얻기 위한 일반적인 영업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29CM를 운영하는 무신사는 CJ올리브영과도 뷰티 분야에서 비슷한 갈등을 겪고 있다. 공정위는 현재 올리브영이 일부 납품업체들에게 무신사의 판촉 행사에 참여하지 말라고 강요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 중이다. 사실일 경우 이는 납품업체에 행사 독점을 강요하는 부당 행위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