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고령화, 지역(청년) 인구 감소 자체가 문제가 아니고, 인구(변화 대응) 지체(遲滯) 현상이 문제입니다.”
조영태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PPRC) 센터장은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에서 열린 2024년 한국인구학회 후기학술대회에서 섬유패션산업을 위한 특별 세션 발제자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인구 지체 현상이란 인구가 빠르게 변화하는 데 비해 제도와 정책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한국인구학회가 주관하고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가 주관하고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후원한 이번 행사에서는 인구 변동이 초래할 섬유패션산업의 변화를 진단하고, 세대별 지역별 소비 특성 분석을 통한 기회를 모색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한국은 2021년 총인구가 처음 감소하면서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다. ‘섬유패션산업의 미래를 결정할 인구 현상’에 대해 발표한 조 교수는 “인구가 빠르게 변하며 사회를 바꾸고 있지만, 제도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국민 삶의 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기업이 인구 지체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장 수요를 정확히 추정하고 변화 시점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섬유산업의 미래에도 크게 바뀔 가능성이 크다”라고 진단하며 “인구 변동으로 인해 발생할 것으로 예견되는 시장의 변화를 중장기 전략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진출에 필요한 인구학적 연구 접근법’을 주제로 강연한 고우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연구교수는 관점을 글로벌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내에선 잘파(Z세대+알파, 1990년대 중후반~2020년대 중반에 태어난 세대)세대의 인구가 가장 적지만, 범위를 세계로 넓혀보면 잘파 세대 인구수가 가장 많다”며 같은 Z세대라도 베트남의 Z세대와 인도네시아의 Z세대 특성은 차이가 있다고 짚었다.
고 교수는 “인구가 많다고 무조건 성장에 유리한 것은 아니다”라며 “청장년 인구 비율 및 청년의 교육 수준과 교육 수준의 향상 속도가 빨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3가지 조건을 만족한 나라는 한국뿐”이라며 “Fad(일시적 유행)가 아니라 양식(Fashion)이 되기 위해선 성장을 견인할 세대가 누구인지 코호트 효과를 생각할 것”을 조언했다.
임예진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연구원은 세대별 의생활 소비의 변화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임 연구원은 “다른 세대에 비해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4년생)의 인구수는 적지만, 의류 소비 및 의복 관련 서비스 소비에 있어서는 가장 소비 규모가 크다”며 “나이를 초월해 자신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에이지리스(Ageless) 트렌드로 인해 세대간 스타일의 동기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Z세대는 전 세계가 비슷한 특성을 보인다”며 “한국 시장을 먼저 테스트베드(시험대)로 삼고 해외 시장으로 나가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