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오는 8일부터 한국인에 대해 무비자 입국 정책을 시행한다고 밝히면서 중국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 수가 증가할 전망이다.
여행업계와 항공업계는 중국 여행 수요가 늘어난다는 전망에 기대감을 품고 있다. 반면 긴 침체에 빠진 면세점 업계는 중국 무비자 입국 효과에 대해 아직은 큰 희망을 품지 않는 분위기다.
내국인 영향력이 큰 여행·항공업과 달리 면세업은 외국인 관광객이 매출 향방을 좌우하는 탓이다.
5일 법무부 통계월보에 따르면 중국을 방문하는 한국인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한창이던 2021년 4만4600명까지 떨어졌다. 이 수치는 지난해 107만 명으로 급증했다. 올해 중국을 찾는 한국인 수 역시 눈에 띄게 늘었다. 1월부터 9월 사이 중국을 방문한 한국인 수는 162만3275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6% 증가했다.
중국은 현재 한국인이 일본과 베트남 다음으로 많이 찾는 국가다. 다만 중국은 지난 1992년 수교 후 32년 동안 한국인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지 않았다. 관광업계에서는 이번 정책이 발효하면 중국 여행 산업이 다시 활성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장수 이지스투어 대표는 “중국 관광 비자는 발급 절차가 번거롭고, 가격이 비싸 개인 관광객 접근성이 떨어졌다”며 “단체로 비자를 받아야 하는 여행상품을 계획하기도 어려워 따로 비자 발급 업무 담당자를 두거나, 중국 비자 전담 중개사(에이전시)를 뒀어야 했다”고 말했다. 공항을 찾는 관광객이 늘면 자연스럽게 면세점 이용객도 증가한다.
그러나 중국행 관광객이 늘어도 여전히 국내 면세점 업계 표정은 어둡다. 코로나 이전 국내 면세점은 ‘단일 매장 매출 4조원 돌파’ ‘온라인 매출 3조원 돌파’ 같은 기록을 내세웠다. 2019년 연간 매출은 24조8600억원까지 뛰었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가 터지면서 이 기록은 15조원대로 폭락했다. 전 세계 면세업계에서 국내 면세점이 차지하는 순위도 뒷걸음쳤다. 영국 면세업 전문지 무디 데이빗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면세점은 중국 CDFG와 프랑스 라가르데르에 밀려 2021년 2위에서 4위로 밀려났다. 신라면세점 역시 2021년 3위에서 올해 6위로 미끄러졌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국내 면세점 이용객 수는 251만 명으로 1년 전과 비교해 19% 증가했다. 내국인은 13%, 외국인은 33%가 각각 늘었다.
면세점을 찾는 관광객은 늘었지만, 정작 이들은 면세점에서 지갑을 열지 않았다. 9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오히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감소한 1조1900억원으로 집계됐다. 내국인 매출은 10% 증가한 2700억원이었다. 반면 외국인 매출이 1조800억원에서 9200억원으로 15% 줄었다.
9월 외국인이 쓴 9200억원은 코로나 이전이었던 2019년 3월 1조8330억원 절반 수준이다. 면세점 업계는 중국인 관광객에게만 의존했던 과거에서 벗어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쇼핑보다 한국 문화를 즐기려는 외국인들의 관광 트렌드나 유통 채널 다양화 같은 변화에도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
면세 업계 관계자는 “팬데믹 기간 중국인 보따리상에게 송객 수수료를 퍼줬다가 다시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한국을 찾는 보따리상이 급감했고, 외국인 소비 금액도 같이 꺾였다”며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원화 가치 하락) 한국인들도 국내 면세점을 이용하는 대신 일본이나 동남아시아 같은 해외로 나가 쇼핑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매출이 예전 수준으로 올라오지 않으면 중국 무비자 입국 이후에도 면세점 업계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업계 1위 롯데면세점은 현재 비상 경영체제를 도입해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2위 호텔신라는 올해 3분기 면세 부문(TR)에서 매출 8448억원, 영업적자 387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같은 기간 면세 부문에서 163억원 영업 적자를 기록했는데, 올해는 적자가 224억원 더 늘었다. 곧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신세계면세점 역시 영업이익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
한국관광협회 관계자는 “단체 관광을 주로 하던 외국인 관광객들이 개별 관광으로 한국을 찾고 있고, 이들은 정형화된 면세점 대신 가로수길이나 성수동에 독특한 매장을 직접 찾는다”며 “장기적으로 봐도 중국 내 경기가 갈수록 나빠지고 있어, 국내 면세점 매출 비중이 높은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찾기도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