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 제조, 수제 햄버거 프랜차이즈, 와인 수입과 유통…’

한화그룹 오너 3세 김동선(35)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최근 눈독을 들인 사업들입니다.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지난 6월 26일 서울 강남구 파이브가이즈 강남에서 열린 파이브가이즈 1호점 오픈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김 부사장은 한화 그룹의 유통과 서비스 부문을 이끌고 있습니다. 본업인 백화점과 호텔이 아닌 식음료 사업 확장에 공력을 들이는 것은 내수 경기 침체로 본업 실적이 부진한 탓입니다. 신사업으로 정체된 그룹의 성장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입니다.

◇ 상반기 갤러리아 영업이익 6억원.... 전년 동기 대비 82.9% 감소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명품 의존도가 높은 갤러리아는 경쟁사보다 경기 영향을 더 크게 받는 편입니다. 이에 최근 전국 5개 점포의 매출 하락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쟁사인 현대나 신세계, 롯데백화점이 MZ(1980년대~2000년대생)세대 공략을 위한 체험형 쇼핑몰 전환을 열심히 하지만 갤러리아는 적은 점포 수 등의 특성으로 이 부분에서 뒤처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올 상반기 갤러리아 백화점의 영업이익은 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35억원) 대비 82.9%나 감소한 것입니다. 지난 2분기엔 5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상장 후 첫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한화갤러리아의 시장점유율은 2022년 7.8%에서 지난해 6.8%로 떨어진 데 이어 올해 상반기 6.5%로 더 낮아졌습니다.

호텔 사업도 상황이 녹록지 않습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지난 2분기 영업손실 3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0억원 이상 적자 폭이 커졌습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도 191억원으로, 46% 확대됐습니다.

그래픽=정서희

◇ 식음료는 성장세... 음료 제조업도 진출

반면 식음료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김 부사장이 지난해 6월 직접 들여온 미국 햄버거 프랜차이즈 파이브가이즈를 운영하는 에프지코리아는 올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전체 매출의 두 배를 뛰어넘었습니다. 한화갤러리아는 파이브가이즈 매장을 향후 4년 내 15개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지난달엔 음료 제조업체인 퓨어플러스를 인수했습니다. 음료 제조업에 뛰어든 것은 그룹 역사상 처음입니다. 수출에 강점이 있는 퓨어플러스를 인수해 국내는 물론 북미나 유럽의 프리미엄 음료 수요를 공략한다는 계획입니다.

아이스크림 제조 사업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아이스크림 공장 설립안이 이사회를 통과했으며 갤러리아 측은 경기도 포천 공장 건립을 검토 중입니다.

에프지코리아는 9월 9일 경기 판교에 파이브가이즈 5호점을 오픈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파이브가이즈 5호점 판교 모습. /에프지코리아 제공

◇ 갤러리아 “신사업 확장, 계열사 시너지 효과 낼 것”

김 부사장의 이 같은 행보에 업계 평가는 갈립니다. 김 부사장이 처음으로 주도한 사업인 파이브가이즈는 성공적으로 정착했지만, 유통업이 기업의 본업인 만큼 본업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화갤러리아는 이 같은 신사업 확장이 결국에는 그룹 내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본업 경쟁력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얘기죠. 일례로 지난해 6월 설립된 갤러리아 100% 자회사인 비노갤러리아의 경우 프리미엄 와인을 수입·유통하는 회사입니다. 비노갤러리아가 직매입한 고급 와인을 백화점에서 판매해 시너지를 얻겠다는 구상이 반영됐습니다.

김 부사장도 본인이 이끄는 유통·서비스의 계열사 간 통합과 이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엔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한화갤러리아에 통합 유니폼을 처음으로 도입했습니다.

부친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김 부사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김 회장과 김 부사장은 지난 22일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 판교 연구개발(R&D)센터를 함께 찾았습니다. 반년 만의 현장 경영입니다.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비방산 자회사인 한화비전과 한화정밀기계를 인적 분할한 신설 중간 지주사입니다. 김 부사장은 9월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 미래비전총괄로 합류했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김 부사장이 이끄는 계열사 간의 뚜렷한 협업 성과는 없는 상황입니다. 신사업 확장이 본업 경쟁력 회복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