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영배 큐텐(Qoo10) 대표가 계열사 티몬·위메프(티메프) 합병을 내걸면서 KCCW(K-Commerce Center for World) 신규법인 설립을 신청했다. 이에 티메프 사태 피해 입점 업체(셀러)들로 구성된 판매자 비상대위원회(이하 비대위)에서는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한 상태다. 사업 정상화를 통해 피해 구제에 나서겠다는 구 대표의 계획은 사실상 시간끌기용 꼼수일 뿐 아니라, 법인 의사결정은 독점하면서 손실만 떠넘긴 계획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티몬 사옥 출입문에 붙어 있는 법원 등에서 보내온 우편물 도착 안내서. 티몬과 위메프 측은 12일 서울회생법원에 자구안을 제출했다. /뉴스1

12일 법조·업계에 따르면 티메프 측은 서울회생법원에 자구안을 제출했다. 해당 자구안에는 신규 투자 유치 계획을 포함해 인수·합병(M&A) 추진, 구조조정 등의 방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자구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오는 13일 정부와 유관기관, 채권단 등이 참여하는 회생절차 협의회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티몬·위메프가 제시한 자구안의 실현 가능성 등을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구 대표가 발표한 KCCW도 자구안에 들어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지난 8일 구 대표는 티몬과 위메프를 합병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KCCW 신규 법인 설립을 신청해 1차로 설립 자본금 9억9999만9900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큐텐의 아시아 시장과 글로벌 플랫폼 ‘위시’가 가진 미국·유럽 시장, 샤클루즈의 인도 시장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게 핵심 목표다.

이때 판매자를 주주조합 형태로 CCW에 참여시킬 계획이다. 또 구 대표는 큐텐이 보유한 티몬·위메프 지분을 이해관계자들의 동의를 받아 100% 감자하고, 구 대표 자신의 큐텐 전 지분 38%를 합병한 신규법인에 백지신탁할 방침이다. 즉 사업을 정상화해 현 사태를 타파하겠다는 의미다.

피해 판매업체들 사이에서는 이미 큐텐에 대한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판매 대금이 아닌 휴지 조각이 될 가능성이 높은 주식을 나눠주면서 주주조합 참여를 유도하는 건 꼼수라고 지적했다. 티메프 입점 업체 대표 A씨는 “우리를 바보로 아나. 이 제안을 받는 순간 채권이 파산 회사의 주식으로 바뀌는 것”이라며 “당장 줘야 할 대금을 주지 못하겠으니 구 대표가 꼼수를 부리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또 다른 업체 대표 B씨도 “이미 투명하지 않은 자금 운용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잔머리는 그만 굴리고 우리에게 줘야 하는 대금이나 빨리 줬으면 좋겠다. 또 거짓말로 모면하려는 모습으로밖에 안 보인다”고 말했다.

피해 판매업체들로 구성된 비대위도 구 대표의 발표를 공식 반대하고 나섰다. 신정권 비대위원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구영배 회장이 KCCW 신규법인 설립에 대해 진정성을 보이고자 한다면, 자신의 모든 자산과 큐텐 및 큐익스프레스의 해외 재무 자산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구 대표가 소유한 큐텐 전 지분 38%를 포함한 전 재산을 티몬과 위메프에 즉시 증여해 판매 대금 정산 및 소비자 환불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구 대표가 언급한 합병 플랫폼 운영 자산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티몬·위메프 판매자 페이지에 갑자기 띄운 KCCW 주주참여 팝업 창이 과연 진심으로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계획인지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게 된다”며 “해당 동의 절차도 즉각 중단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구 대표의 말을 믿기는 어렵지만 대안이 없다며 주주조합 참여를 고민하는 모습도 보였다. 피해 판매자 C씨는 “구 대표가 좋아서 혹은 믿기 때문이 아니다. 이렇게라도 해서 돈을 받을 수 있다면 주주조합으로 참여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다른 대안이 있다면 이렇게 고민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오는 13일 판매자 비대위와 소비자 비대위 등은 서울 서초구 신사동에 위치한 티몬 본사 앞에서 합동 시위를 이어간다. 현재 비대위에 따르면 이날 시위에 약 400~500명 참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