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전자 상거래 플랫폼 큐텐(Qoo10)그룹이 중국 상해 사무실을 지난 4월에 뺀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큐텐은 상해 민항구에 위치한 홍차오 신디 센터 2층에 해당 사무실을 얻어 운영했었다. 이곳은 큐텐그룹 계열사 중 한 곳인 위시플러스(Wish+)에 입점한 중국 셀러(판매자)와의 계약 등을 관리해 온 곳이다. 큐텐은 국내 자회사인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에 더해 중국에서도 정산이 지연된 상황이다.
이날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티몬과 위메프 등 큐텐 자회사들의 셀러(판매자) 정산 지연 사태가 중국에서도 발생했다.
위시플러스에 입점한 중국 셀러 수천 명이 판매 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큐텐 측은 지난 17일 공식 사과 및 정산 지연 보상안을 중국 셀러들에게 알렸다. 해당 보상안 내용은 국내에 공지된 보상안과 같은 내용으로 모든 그룹사 파트너에 10%(연이율)의 지연 이자 포인트 지급 등이다.
이후 한국에서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가 일파만파 퍼지면서 위시플러스도 정산 지연 일자가 무기한으로 밀렸다. 위시플러스에 입점한 중국 셀러들이 받지 못한 판매 대금은 최소 5만달러(7000만원)에서 최대 720만달러(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난해 5월부터 큐텐 측에서 전산 시스템 장애를 이유로 정산금 지급을 미뤄온 탓이다. 위시플러스 입점 중국 셀러 A씨는 “위시플러스에 입점한 중국 셀러 80%가 돈을 못 받은 상황”이라며 “큐텐이 반년 넘게 대금을 주지 않아서 자금줄은 이미 끊겼다. 공장도, 은행에도 줄 돈이 없다”고 했다.
앞서 지난 4월 초 중국 셀러들은 상해 사무실을 찾아가 미정산된 대금을 지급하라고 요청했다. 큐텐 측은 5월 초 정산금 1000달러(138만원) 이하인 셀러에 한해 일부 정산금을 지급했다. 단 이후로는 절대 상해 사무실을 찾아오지 말라는 게 정산금 지급의 조건이었다는 게 중국 셀러들의 주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큐텐 중국 상해 사무실이 올 4월 문을 닫았다. 해당 센터 관리실에 따르면 큐텐이 해당 사무실에서 이사하겠다고 알린 건 지난 4월이었다. 굳게 닫힌 문 안쪽 사무실 바닥에는 쓰레기가 놓여 있었고, 책상에는 서류 등 미처 챙기지 못한 물건들이 남겨져 있었다고 셀러들은 전했다.
위시플러스에 입점한 중국 셀러 B씨는 “적어도 우리에겐 새로 이사한 곳을 알려줘야 하는 게 정상 아닌가”라며 “큐텐 중국 운영팀과 한국 고객 관리팀 모두 새로 이사한 상해 사무실 주소를 알려줄 수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큐텐 관계자는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부터 수습해야 하는 상황이라 기존 큐텐과의 소통을 맡던 인력도 모두 티몬·위메프 대응팀으로 돌렸다”며 “현재 담당자가 누군지 몰라 확인 요청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한편, 전날 큐텐그룹의 기술 자회사 큐텐테크놀로지가 철수한 정황이 포착됐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해당 건물 3층과 13층은 큐텐 측이 사무실로 사용해 왔다. 큐텐테크놀로지는 티몬·위메프의 재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