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각기 배달비 무료 정책을 시행하며 출혈경쟁에 나선 가운데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에 무료 혜택을 제공한다는 빌미로 배달 애플리케이션(앱)들이 자영업자들을 수수료가 훨씬 더 높은 요금제로 유도한다는 것이다.
29일 배달업계에 따르면 배민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무료배달 혜택은 배민1플러스 요금제에 가입된 자영업자들의 가게에만 적용된다. 배민1플러스는 배민이 지난 1월 출시한 정률제 요금제다.
이를 이용하는 점주들은 중개수수료로 전체 매출의 6.8%와 업주 부담 배달비 2500~3300원, 결제 수수료 1.5~3% 등을 부담해야 한다. 점주들이 부담하는 배달비의 경우 종전 요금제에서는 점주들이 스스로 결정해 1000원~2000원 수준이었지만 이 요금제에선 배달비 부담이 훌쩍 뛴다.
여기에 부가가치세(10%)까지 포함하면 소비자가 1만원을 결제했을 때 업주가 부담하는 수수료만 절반에 달한다. 또 정률제인 만큼 매출이 오를수록 더 많은 수수료를 내야한다.
하지만 점주들은 새 요금제를 이용하지 않을 수 없다. 대다수 고객들이 배민의 배달비 무료 혜택을 받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기존 요금제를 쓰면 무료배달 가게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매출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점주들은 정률제 요금제를 이용해야 한다. ‘울며 겨자먹기’로 가입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점주 부담 2배… 치킨집 月부담 426만원에서 980만원으로 훌쩍
자영업자들은 이 요금제를 이용하면 점주들의 배달앱 이용 부담이 2배 이상으로 뛴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bhc치킨을 운영하는 점주가 단가 2만5000원의 치킨을 판매해 월 매출 5000만원을 올리려면 2000건을 배달해야 한다.
이때 기존의 울트라콜 요금제를 이용하면 bhc를 운영하는 점주는 깃발 3개(광고비) 이용료 26만4000원과 배달비 400만원(건당 2000원 기준) 등 426만4000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반면 이 점주가 배민1 플러스에 가입하면 앱 이용 수수료 340만원과 배달비 640만원(건당 3200원 기준) 등 980만원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기존 요금제인 울트라콜보다 553만6000원이나 더 많은 부담을 지우는 셈이다.
수수료율이 다른 지방 점포를 기준으로 하면 배민1플러스 이용으로 인한 점주 부담은 무려 713만원이나 늘어난다.
무료배달 서비스를 처음 시작한 쿠팡이츠는 수수료율이 배민보다도 더 높다. 올해 도입한 ‘스마트 요금제’는 앱 이용 수수료는 매출액 대비 9.8%나 된다. 결제수수료 3%와 부가세를 더하면 쿠팡이츠는 기본 수수료만 14%를 넘긴다. 여기에 더해 쿠팡이츠는 첫주문 1000원 할인을 업주들에게 강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기요는 앱 이용 수수료가 무려 12.5%에 달해 역시 점주들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다. 결제수수료와 부가세를 모두 더하면 17.1%에 달한다.
◇ “배달앱 독과점 방관하면 결국 소비자 피해로 귀결”
국내 최대 자영업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배달앱 수수료율에 대한 불만이 많이 올라와 있다. 배달앱들이 자영업자들에게 결국 무료배달 비용을 전부 전가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한 상인은 이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한식 배달업을 하고 있는데 수수료율이 배민1은 다 더하면 28%고, 울트라콜이나 포장의 경우 10%, 요기요는 30%, 쿠팡이츠는 광고추가해서 42%나 된다”면서 “쿠팡이츠는 42만원 매출이 나오면 24만원이 정산된다. 재료비와 원가를 더하면 남는 것이 없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교촌·bhc·bbq·굽네·푸라닭 등 전국 5대 치킨 브랜드 점주 대표들도 배달 플랫폼에 대한 모임을 가진 뒤 “(소상공인의 부담 강화) 현상이 지속된다면 장사를 접어야 하거나 음식 가격을 올려야 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치킨 한 마리에 3만~4만원 할 날이 머지 않았으며 배달앱의 횡포가 국민의 피해로 고스란히 전가되는 현실이 다가올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지난해 배민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것과도 무관치 않다.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매출 3조4155억원, 영업이익 약 7000억원을 냈다. 이중 40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독일 모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에 보냈다. 그럼에도 DH는 지난해 적자를 냈는데 한국을 제외한 중남미나 유럽 등에서 부진한 성과를 낸 탓이다.
이런 배달앱 ‘갑질’이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분석도 나온다. 늘어난 수수료와 배달비 부담이 결국 자영업자들이 음식 가격을 올리는 것으로 귀결돼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것이다.
배달앱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시행되는 자율규제로는 배달앱 독점 체제에서 결국 자영업자들과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플랫폼 기업은 수익 극대화라는 욕망으로 움직인다. 이를 위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는데 이 과정에서 적당한 규제가 없다면 수익 창출에 혈안이 되어 소상공인에 포장 주문 수수료 부담을 강제하는 등 모습들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독점이 심화될 경우 결국 소상공인의 피해가 소비자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관련 법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배민과 쿠팡이츠, 요기요 등은 배달비 부담 경감을 통해 배달 경기가 활성화되고, 점주들의 매출 증대로 이어진다는 입장이다. 배민 관계자는 “배민1플러스의 중개 이용료율이 6.8%로 국내 주요 배달앱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경쟁사인 A사와 B사의 수수료율은 각각 9.8%, 12.5%로 높다”면서 “배달비는 업주와 소비자가 나눠서 부담하는 구조로 라이더에게 대부분 전달되는 비용이라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