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모태라 할 수 있는 윤리경영을 20년 전부터 경영이념으로 선포하고 지금까지 모든 경영활동에 적용해 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은 외부 이해 관계자들로 하여금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기업가치를 높이는 근간이 되고 있습니다.”
이원호 신세계백화점 ESG 담당 상무는 최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신세계(004170)는 1999년 국내기업 최초로 기업윤리에 바탕을 둔 윤리경영을 선포했다. 이를 토대로 신세계는 윤리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했고, 2013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책임경영으로 변화시켰다. 이는 지속해서 발전해 2021년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아우르는 ESG 경영으로 완성됐다.
신세계는 함께 만드는 미래 라이프스타일(Sustainable Lifestyle)이라는 강령 아래 5가지 전략(5C)과 12대(大) 세부 과제를 수립하고 실행하고 있다.
5C전략은 ▲순환 유통체계 도입(Circular Retail) ▲기후변화 대응(Carbon Free Retail) ▲직원 관리(Care for Employee) ▲지역사회와의 상생(Co-Prosperity with Community) ▲투명한 지배구조(Clear Governance) 등이다.
이 상무는 “ESG 경영을 본격화하기에 앞서 프랑스 명품 기업 케링 그룹과 영국 셀프리지, 미국 노드스트롬 등 ESG 선도 유통기업들에 대해 많은 스터디를 거쳤다”라고 했다.
프랑스 케링그룹은 본사 ESG 조직이 전략 수립부터 과제 실행, 성과 관리까지 엔드투엔드(End-to-End) ESG 경영 프로세스를 총괄하는 완전 중앙 집중형(Fully-Centralized) 모델을 가지고 있다.
반면, 영국 셀프리지나 미국 노드스트롬은 반 중앙 집중형(Semi-Centralized) 모델로 본사의 ESG 조직이 ESG 경영 전략 수립 및 운영을 총괄하나, 일별 운영은 현장 중심으로 움직인다.
이 중 신세계가 채택한 모델은 반 중앙 집중형 모델이다. 이 상무는 “인력 구조가 빡빡하고 현장 운영을 중요시하는 당사의 입장에서는 반 중앙 집중형 모델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이를 위해 본사의 조직과 점포 조직 구성의 적절한 조화를 통해 실행 중심의 조직을 구성해 나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신세계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ESG 위원회에 ESG 경영 활동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부여하고, 감사위원회를 둬 ESG 리스크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사회 산하 ESG 위원회는 기업의 ESG 경영 전반을 감독함과 동시에, ESG 경영 전략 및 추진 현황과 비재무적 기업가치 모니터링 등을 필요에 따라 수시로 하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이어 ESG와 관련된 주요 사항에 대해 본사 중심으로 관련 임원 및 팀장이 모여 이슈를 검토하고 결정하는 기구인 ESG 경영 협의체를 운영한다.
또 백화점을 비롯한 8개 계열사에 ESG 실무 협의체를 두고, 매월 계열사 ESG 관련 실무 위원들이 모여 주요 ESG 관련 진행사항에 대한 업무를 공유한다.
신세계의 ESG 경영은 크게 전략 수립, 세부 과제 기획, 성과 모니터링 3가지 업무로 나뉜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각 ESG 영역에서 활동 추진 방향성을 수립하며, 이런 전략 아래 단기적 관점에서 세부 과제를 기획하고, 현장에 있는 ESG 담당 부서를 통해 실행과 동시에 최종 모니터링까지 이어지는 구조다.
신세계가 가장 중점으로 두는 건 ‘모니터링’이다. 이 상무는 “우리가 중요시하는 것 중 하나가 고객 관점의 모니터링을 통한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방지”라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유럽연합(EU) 집행위는 그린워싱 방지 및 에코라벨 승인 절차를 강화하는 내용의 ‘친환경 표시 지침(안)’을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공정거래위원회가 ‘환경 관련 표시, 광고에 관한 심사 지침’을, 환경부가 ‘친환경 경영 활동 표시, 광고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규제 및 감시 활동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게 이 상무의 생각이다.
신세계는 ‘이중 중대성 평가’를 채택했다. 기존의 중대성 평가가 외부 환경과 사회적 요인으로 인한 일방향의 기업 영향만 측정했다면, 이중 중대성 평가는 경영 활동으로 인해 외부에 미치는 영향까지 포함하는 양방향 검토다.
이를 통해 환경·사회에 긍정·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이슈를 도출하고 이에 대한 경영 전략을 수립해 관련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게 이 상무의 설명이다.
작년에 진행된 이중 중대성 평가는 글로벌 이니셔티브와 산업 이슈를 기반으로 공통 이슈를 먼저 선별했고, 이를 토대로 유통업의 특성을 반영해 환경, 노동, 인권, 지역사회 참여, 소비자 이슈, 공정 운영, 지배구조, 경제 등 8개 영역 총 26개 이슈를 도출했다.
이어 재무적 영향도와 환경·사회적 영향도에서 확인된 이슈의 우선순위를 종합해 최종적으로 20개의 중대 이슈(복합 이슈 6개, 재무적 이슈 7개, 환경·사회적 이슈 7개)에 대한 성과를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공시했다.
이 상무는 “이제 흉내만 내는 ESG는 더 이상 설자리가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는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 고객 관점의 진정성 있는 ESG가 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신세계가 발간한 ‘2022 신세계 ESG 보고서’에 따르면 신세계의 내부 탄소 배출량은 12만3212tCO2eq(이산화탄소 상당량)으로 2018년 대비 22% 줄었다. 더불어 2120명의 임직원이 ESG 교육을 받았고, 중소협력사와 동반 성장을 위해 176억원의 동반 성장 펀드를 조성했다.
그 결과 신세계는 ESG 평가기관인 한국 ESG 기준원에서 실시하는 KCGS평가에서 통합 등급 A를 받았고, 대기업의 동반성장 노력을 평가하는 동반성장 지수평가에서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년 연속 우수 등급을 받았다. 또 지난해 조선비즈와 에프앤가이드가 주최하는 ‘2023 THE ESG’ 시상식에서 공시 부문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이 상무는 “첫 해 ESG 보고서가 기본에 충실했다면 작년에는 글로벌 기준을 확대 적용해 보고서의 고도화에 집중했다”면서 “올해는 환경과 관련한 기후변화 관련 재무 정보 공개 협의체(TCFD·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 및 생명 다양성에 포커스를 두고 심도 있게 다룰 예정”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상무는 “ESG 경영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ESG를 통한 비즈니스 수익 창출 모델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여러가지 모델들을 고민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ESG의 기본을 다져야 할 많은 것들에게 보다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