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더현대서울의 백화점 최단기간 연 매출 1조원 달성을 알린 현대백화점(069960)이 더현대대구에 부쉐론과 셀린느 등 명품을 잇달아 입점하며 ‘더현대 2호’ 프로젝트를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더현대대구는 이달 1일 프랑스 명품 주얼리 부쉐론을 지역 단독으로 입점한 데 이어,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명품 브랜드 셀린느의 신규 매장 개점을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위치는 1층 부쉐론 매장 옆 돌체앤가바나 매장이 있던 자리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 라인업 강화의 일환”이라며 “내년 3월 셀린느 매장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했다.

아티스트 하이메 아욘과 꾸민 더현대대구 9층 카페 '워킹컵'. /현대백화점 블로그

더현대대구는 현대백화점 대구점이 약 1년간의 개편 공사를 마치고 지난해 12월 재개장했다.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이어 ‘더현대’ 간판을 단 두 번째 점포로, 대구·경북 지역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4년생)를 공략하고 있다.

더현대서울의 성공 공식에 따라 문화‧예술 관련 시설 면적을 기존보다 4배 이상 늘린 5047㎡ 규모로 조성하고, 스페인 아티스트 하이메 아욘과 협업한 복합 문화 광장을 선보이는 등 체험 요소를 늘렸다. 대구 지역의 공간과 문화를 소개하는 웹 매거진 ‘에디토리얼 디파트먼트’도 별도로 운영한다.

그 결과 지역 젊은이들 사이에서 명소(핫플레이스)로 부상했다. 이달 5일 기준 개편 전과 비교해 고객 수가 24%가량 증가했다. 20대와 30대 고객 수가 각각 80%, 67% 늘면서, 20~30대 고객 매출 비중도 36%에 달한다.

특히 MZ 전문관인 지하 1·2층은 개편 후 20~30대 고객 수가 74% 증가했다. 쇼핑을 넘어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차별화된 콘텐츠와 공간 디자인으로 지역 젊은이들에게 호응을 얻었다는 평가다.

‘젊은 백화점’으로 분위기 전환엔 성공했지만, 경쟁사인 대구신세계와 매출 격차가 크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숙제다. 2011년 대구 중구에 개점한 현대 대구점은 연면적 12만㎡의 대형 백화점으로 지역 1위를 수성했으나, 2016년 12월 신세계(004170)가 대구 동구에 33만㎡ 규모의 백화점을 세우면서 입지가 쪼그라들었다.

그래픽=정서희

대구신세계는 지역 백화점으로는 두 번째로 최고급 명품인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를 모두 입점시켰다. 이 과정에서 현대 대구점에 있던 샤넬과 에르메스, 까르띠에가 신세계로 자리를 옮겼다. 2017년만 해도 두 점포는 연 매출 6000억원대로 경쟁 구도에 있었으나, 지금은 매출이 두 배 이상 벌어졌다.

일각에선 이번에 입점한 셀린느도 이미 대구신세계에 입점해 있는 명품이라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온다.

명품업계 한 관계자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을 통해 유통되던 셀린느가 올해 직진출로 전환한 후 국내 매장을 확대하는 추세에 맞춰 대구에 추가 입점이 추진된 것으로 안다”라며 “신세계와 비교해 매장이나 상품의 차별화 여부가 관건”이라고 했다”

업계는 개장 2년 9개월 만에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한 더현대서울의 성공 공식이 대구에서도 통할지 주목하고 있다.

더현대서울은 이달 2일 기준 올해 누적 매출 1조원을 달성하며 최단기간 1조 백화점이 됐다. 개장 초만 해도 ‘유통 불모지’로 인식되던 여의도 상권에 백화점 성공 조건으로 여겨지는 명품 브랜드 구색이 약해 반신반의하는 의견이 많았으나, MZ세대를 겨냥한 체험형 점포로 최단기간 1조 백화점으로 등극했다. 젊은 고객이 몰린 후엔 루이비통 등이 입점을 확정하면서 성장 구조가 더 탄탄해졌다는 평가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더현대서울의 경우 지방민과 외국인이 많이 찾지만, 더현대대구는 지역민에 한정됐다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지역 MZ세대를 끌어들인다면 대구신세계와는 다른 쇼핑 공간으로 차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