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사령탑 격인 경영전략실장을 8년 만에 전격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한 것은 변화와 혁신을 통한 세대교체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번 인사는 지난 9월 역대급 물갈이 인사 후 두 달여 만에 단행된 것으로, 사업구조 재편과 경영 혁신을 서두르겠다는 그룹의 의지로 보인다.

16일 신세계그룹은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겸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이사(사장)를 경영전략실장으로 선임했다. 2015년부터 그룹 전략실을 이끌어 온 권혁구 사장은 8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전략실은 1993년 삼성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 과정에서 탄생한 경영지원실이 모태다. 경영지원실 → 경영전략실 → 전략실로 이름을 바꿔 달았다. 이번에 다시 경영전략실로 이름이 바뀌었다.

경영전략실은 신세계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조직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이끄는 이마트(139480) 부문과 정유경 신세계(004170) 총괄사장이 이끄는 (주)신세계 부문의 가교 역할을 하는 헤드쿼터 조직으로,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직속으로 운영되고 있다.

역대 신세계그룹 전략실장들. 구학서 전 회장,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 김해성 전 부회장, 권혁구 전 전략실장, 신임 임영록 전략실장(신세계프라퍼티 대표). /조선DB

신세계그룹에서 전략실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신세계그룹은 재계에서도 독특한 경영 체제를 갖춘 곳이다. 이명희 회장을 필두로 그의 자녀인 정용진 부회장, 정유경 총괄사장 모두 그룹에서 직책을 맡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오너 일가 누구도 어느 계열사에도 이사회에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다. 특히 전략실은 이명희 회장 직속 조직으로 이 회장은 전략실을 지렛대 삼아 그룹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앞서 구학서 전 신세계그룹 회장과 김해성 전 부회장을 비롯해 오리온(271560)으로 적을 옮긴 허인철 부회장도 전략실장을 거쳤다. 한채양 이마트 신임 대표이사와 신세계 신임 대표로 발탁된 박주형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도 전략실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다. 현재 경영전략실 산하에는 ▲재무본부 ▲지원본부 ▲브랜드본부 등이 편재돼 있다.

권혁구 사장은 올 초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돼 임기가 오는 2026년 3월까지로 연장됐었다. 그러나 이번에 임영록 사장이 새롭게 전략실장에 오르면서 다소 급하게 인사가 이뤄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임 사장은 1964년생으로, 진주고등학교,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1997년 8월 신세계건설에 입사한 후 신세계그룹 전략실 개발·신사업 PJT 상무 등을 역임했다.

2015년 신세계프라퍼티 부사장보로 승진한 후 2016년 12월 신세계프라퍼티 대표로 선임됐으며, 지난 9월부터는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그룹 내에선 스타필드 등 신사업을 주도한 ‘개발통’으로 꼽힌다. 계열사 대표 두 곳을 겸직하며 경영전략실장까지 맡은 경우는 전략실이 생긴 이래 처음이다.

업계에선 전략실 수장이 바뀐 만큼 향후 경영전략실 내 조직개편 등 후속 인사가 단행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신세계그룹은 앞서 지난 9월 정기 임원 인사에서도 경영전략실 재무본부장으로 SSG닷컴 영업본부장을 역임하던 신동우 상무를 선임한 바 있다. 전임 허병훈 부사장이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 지원본부장으로 이동한 후 단행된 것으로, 1975년생 젊은 피로 주목받았다.

신 상무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앤아버에 있는 미시간대학교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2012년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 전략기획 부장으로 입사했고, 이후 이마트 전략본부 기획 담당, 전략실 관리총괄, 신세계프라퍼티 지원 담당 등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