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인스타그램 피드(게시글)가 채용에 중요한 열쇠가 되는 곳이 있습니다. 어떤 회사일까요?

패션 대기업인 LF(093050)의 자회사 씨티닷츠입니다. 이곳은 ‘던스트’라는 스트릿 캐주얼 브랜드를 운영하는 곳입니다. 던스트는 무신사나 29CM, W컨셉 등 패션 편집숍에 입점되어 얼핏 보기엔 마뗑킴같은 디자이너 브랜드같습니다. 마케팅에서도 LF 브랜드인 것을 숨기는 것이 특이한 점이죠.

LF 자회사 씨티닷츠가 운영하는 브랜드 던스트./던스트 제공

던스트의 시작은 2019년 LF의 사내벤처입니다. 당시 MZ(1980~2000년대생)세대를 공략할 방법을 고민하던 오규식 부회장은 유재혁 패션리서치팀 과장을 팀장으로 새로운 브랜드 개척을 맡겼습니다. 성공을 위해서는 LF와는 DNA 자체가 달라야 한다는 주문이었습니다. 중년 패션에 강점이 있는 LF 이미지가 오히려 독이 된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어떠한 내부 간섭 없이 브랜드의 방향성을 독립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했고, 브랜드명과 디자인, 마케팅 등 모든 의사결정이 LF 임원과 대표이사의 결재 없이 진행됐습니다. LF가 만들었지만, 닥스나 헤지스와 같은 기존 LF의 주력 브랜드와는 이미지가 완전히 다른 브랜드가 탄생할 수 있었던 비결인 셈이죠.

채용 방식도 전례를 찾을 수 없게 특이했습니다. 유재혁 팀장은 던스트 기획 당시 패션, 건축, 사진, 그래픽 등 다양한 분야를 전공한 20대를 인스타그램에서 찾아 외부 영입으로 전체 팀을 꾸렸습니다. 본인의 멋진 개성과 취향을 브랜드에 담아낼 수 있는 인재를 찾기 위해 소셜미디어(SNS)를 채용 기준으로 삼는 파격적인 선택을 한 것입니다.

그 결과 던스트는 출시 이후 매해 100% 이상의 성장을 기록, 2년도 채 되지 않아 흑자전환했고, 올해 400억원대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 던스트는 패션 대기업이 성공시킨 최초의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로 불립니다.

LF는 2021년 던스트의 독립적인 운영을 위해 유재혁 팀장을 대표로 임명하고 씨티닷츠로 법인을 독립시켰습니다. 씨티닷츠는 실제 스타트업처럼 임직원들에게 스톡옵션 및 상여금을 부여하는 이익공유형 회사를 지향합니다. MZ에게 인기있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내 환경부터 달라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입니다.

던스트 사례로 LF 내부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사내벤처의 큰 성공을 본 젊은 직원들도 더 열정을 가지고 일한다는 것이죠.

LF 관계자는 “성과에 대한 확실한 보상이 주어지는 것을 보고 많은 직원들이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꾸고있다”면서 “정체됐던 회사 분위기가 많이 바뀌게 된 계기”라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