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운동화(스니커즈) 시장에 본격적으로 참전한다. 이 회사는 최근 ‘스니커즈갤러리’ 등 관련 상표를 대거 새로 출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쟁 심화에 소비 위축까지 겹치자 4조원 시장이 된 운동화를 ‘신 아이템’에 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9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지난달 특허청에 ‘스니커즈갤러리’, ‘무신사스니커즈갤러리’, ‘스니커갤러리’ 등 상표를 대거 신규 출원했다. 여기에 ‘인터내셔널스니커즈갤러리’, ‘인터내셔널스니커갤러리’까지 포함해 총 8개 상표를 등록했다.
무신사는 이들 상표를 앞세워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스포츠 브랜드의 운동화와 명품 브랜드의 운동화를 한데 모은 전문관을 구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니커즈 전문관은 키즈, 골프, 뷰티 등에 이은 무신사의 9번째 전문관이 될 전망이다.
꾸준한 성장을 이어온 무신사의 이익이 감소세로 돌아선 게 운동화 시장 본격 참전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무신사의 작년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539억원으로 전년 대비 19% 넘게 줄었다. 플랫폼 간 경쟁 심화로 광고비를 늘린 게 독이 됐다.
소비 시장 침체와 엔데믹 이후의 오프라인 강세도 무신사에는 부담이다. 스타트업 분석 플랫폼 ‘혁신의숲’에 따르면 지난 5월 무신사의 PC·모바일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821만9000명으로, 작년 5월(915만2000명)보다 10% 넘게 감소했다.
무신사는 스니커즈 전문관 구축 등 운동화 상품 강화가 무신사로 소비자를 끄는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야외활동이 늘고, 고물가에 의류보다는 신발을 구매하며 ‘작은 사치’를 누리려는 소비 트렌드(흐름)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무신사는 뷰티 전문관에 물놀이용품을 파는 여행 전문관까지 내며 확장을 이어왔지만, 소비자 유입에서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면서 “무신사와 뷰티, 여행은 연결이 안 된 탓인데, 운동화는 다를 수 있다고 본 것”이라고 했다.
패션 브랜드에서 운동화는 이미 주력 상품이 됐다. 뉴발란스와 휠라 전체 매출에서 운동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넘는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는 작년 국내 운동화 시장은 3조7000억원으로 커졌고, 올해 4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무신사가 오프라인 매장에서 운동화를 선보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무신사는 자체 브랜드 매장 2곳과 입점 브랜드 임시 매장 운영 공간인 무신사 테라스·스퀘어 등 총 6개 오프라인 매장을 갖췄다. 하반기에는 무신사 스토어 개점도 예정했다.
무신사 관계자는 “운동화 시장의 꾸준한 성장을 눈여겨보고 관련 신사업을 추진하려는 것은 맞다”라면서도 “다만 아직 구체적인 사업 방향이 결정되지는 않은 상태로, 이번 상표 출원은 스니커즈갤러리 등 관련 상표 선점 차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