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004170)백화점이 대표 점포인 강남점 덩치를 ‘확’ 키운다. 옛 신세계면세점 강남점 구역을 백화점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계획을 확정, 이르면 내달 공사를 시작한다. 고금리, 고물가 등 경기 악화로 올해 백화점 상황이 녹록지 않은 데 따른 규모 확장으로 풀이된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전경. /신세계 제공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신세계면세점이 강남 센트럴시티에 꾸렸던 시내면세점 공간을 백화점(강남점)으로 통합 운영하는 안을 확정했다. 6600㎡(약 2000평) 공간을 강남점 지하 식품관과 이어지는 식품관으로 또 브랜드 입점 공간으로 새 단장한다는 계획이다.

당장 오는 7월부터 식품관 개축 공사를 시작, 하반기 중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으로 운영한다. 신세계백화점 측은 “브랜드 입점 공간에 어떤 브랜드를 유치할지 등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지만, 화구와 조리대 등이 필요한 식품관부터 우선 공사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은 신세계그룹 면세점 운영 계열사인 신세계디에프가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해 2018년 7월 개점했다. 하지만 서울 강남으로의 관광 수요가 적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늘길 중단 직격탄까지 맞으며 2021년 7월 폐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2년 가까이 방치됐던 면세점 구역을 백화점으로 탈바꿈해 ‘서울 최대 규모 백화점’ 타이틀을 되찾는다는 목표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8만6600㎡)은 2016년 신관 증축 및 재단장으로 2020년까지 서울 최대 백화점으로 군림했지만, 2021년 2월 문을 연 더현대서울(8만9100㎡)에 영업면적 1위를 내줬다. 그러나 신세계 강남점이 면세점을 통합하면 면적이 9만㎡대(약 2만8000평)로 커진다.

출처=업계(그래픽=손민균)

백화점 실적 악화도 신세계백화점의 이번 강남점 덩치 키우기를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작년까지도 명품 인기에 힘입어 백화점은 호실적을 누렸다. 이른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로 불리는 3대 명품을 모두 갖춘 강남점은 작년 2조8000억원(업계 추산 잠정치) 넘는 매출을 냈다.

올해 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 매출 규모를 3조원으로 목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작년 1분기 30%의 성장률을 보였던 명품 매출이 올해 3% 성장에 그치고, 지난해 20~50% 성장률을 기록했던 국내 패션 매출 증가율로 10%로 둔화하는 등 위기를 맞았다.

백화점 업계 한 관계자는 “작년만 해도 막힌 하늘길 탓에 해외여행에 쓰지 못한 돈이 명품을 보유한 백화점으로 몰렸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면서 “고물가·고금리 시대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것도 명품을 앞세워 국내 1위 백화점이 된 강남 신세계에 위기”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신세계백화점 외에도 롯데쇼핑(023530)이 운영하는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등이 잇따라 새 단장을 예고하고 나섰다. 롯데백화점은 서울 강남구 한티역 인근에 있는 강남점을 새 단장한다는 방침을 정했고, 현대백화점도 압구정 본점과 판교점을 각각 새로 단장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