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던 영화관이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전환에도 웃지 못하고 있다.

작년 상반기 ‘영업시간 제한 해제’ ‘상영관 내 취식 제한 해제’ 등으로 올해는 ‘완전한 회복’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국내 ‘빅3′ 영화관 모두 실적 악화에 놓였다.

서울 시내 영화관 매표소 모습. /뉴스1

24일 조선비즈가 국내 빅3 영화관(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올해 1분기 매출은 3384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1722억원) 대비 약 두배 수준으로 늘었지만,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분기(5091억원)의 60% 수준에 그쳤다.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의 매출이 965억원으로 2019년 1분기 1872억원과 비교해 반토막 났고, CGV 운영사 CJ CGV 역시 같은 기간 매출이 30% 감소했다. 메가박스중앙은 4년 전 대비 약 10% 감소했다.

영화관은 그동안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만 끝나면 빠르게 실적이 정상화할 것이라고 전망해 왔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기준 국내 누적 관객 수는 2515만명으로 2019년 같은 기간의 46% 수준에 그쳤다. 여기에 수익성마저 크게 악화했다. 영화관 빅3의 당기순이익은 2019년 1분기 24억원에서 지난 1분기 마이너스(–) 724억원이 됐다.

그래픽=손민균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크게 두가지를 꼽았다.

먼저 코로나19 기간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뜬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극장의 대체재가 돼 버렸다는 분석이다.

실제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OTT 서비스 플랫폼별 이용행태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OTT 서비스 이용률은 2019년 41%에서 지난해 85%로 올라섰다.

영화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는 OTT가 영화관을 대신하는 주요 미디어로 올라서 버렸다”면서 “코로나19 초기엔 OTT가 영화관을 대신하는 선택지 정도였다면 영화제작 인력이 대거 OTT 쪽으로 넘어가면서 이제는 콘텐츠 경쟁력마저 OTT가 앞서 나가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두번째는 높은 관람료다. 영화관들은 코로나19 기간 고객들의 발길이 줄자, 잇따라 관람 가격을 올렸다.

과거 8000원에서 1만원이면 영화 1편을 볼 수 있었지만, 코로나19를 지나는 사이 영화 1편 관람가격이 1만5000원으로 뛰었다. 2명이 함께면 3만원을 기본으로 써야 하는 셈이다.

영화관 운영사들은 영화관 객석을 침대로, 또 반려동물이 동반할 수 있게 변경하는 등 변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 경우 가격은 더 비싸진다. 가령 CJ CGV가 객석을 리클라이너로 대체해 선보인 ‘스트레스리스 시네마’의 관람권은 4만원을 넘어선다.

CGV 스트레스리스 시네마 전경. /CJ CGV 제공

오는 2분기 실적은 더 부진할 것이란 전망마저 나온다. 콘텐츠 경쟁력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탓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한국 영화 관객 수는 올해 단 한번도 200만명을 넘어서지 못했다. 코로나19 이전 한국 영화 관객 수가 월평균 400만명이었던 것과 대조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OTT의 성장으로 영화관은 앞으로 영화관을 가야만 볼 수 있는 콘텐츠 중심으로 재편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과거와 같이 가능한 많은 영화를 걸고, 관람객을 모으는 방식의 사업 구조로는 지속 성장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