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에 찾은 용산 아이파크몰 3층 전자상가들의 모습. 연내 모두 철수할 예정이다. /이신혜 기자

“핸드폰 보러 오셨어요? 둘러보고 가세요”

지난 22일 오후 5시쯤 찾은 서울 용산 HDC(012630)아이파크몰 리빙파크 3층에 있는 핸드폰과 카메라 매장 등 전자상가들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한국인 고객으로 보이는 사람은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고, 외국인으로 추정되는 고객 3~4명 정도만 일부 매장에서 상담을 받고 있었다.

올해 철수 예정인 이곳에서는 직원들이 핸드폰을 보거나 지하철역 등을 찾아 밖으로 나가려는 사람들에게 제품을 보고가라고 말을 하다가 멈추는 사람이 없으면 포기하는 것이 반복되는 모습이었다.

2006년 오픈 당시 아이파크몰은 ‘전자제품의 메카’로 통하는 용산의 지역적 입지를 반영해 한때 핸드폰·카메라 등을 파는 전자상가가 리빙파크 지상 9개 층 중 3, 7, 8층에 입점할 정도로 호황이었으나 지금은 3층에만 남아있다.

이마저도 연내 모두 철수할 예정이다. 아이파크몰에 입점한 A통신 관계자는 “아이파크몰 측에서 계약만료를 이유로 철수를 통보해 우리 매장도 하반기쯤 위치를 옮길 예정”이라며 “6월 말에 핸드폰 매장 절반 정도가 철수하고 연말까지 나머지 절반의 매장도 철수한다고 들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B통신 실장은 “다른 가게 사장님들은 쉬신다는 분도 있고, 우리는 다른 지역으로 옮겨서 계속 장사를 이어갈 것 같다”며 “아무래도 아이파크몰이 수익성이 좋은 매장으로 바꿔 수수료를 받으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아이파크몰 관계자는 “계약 기간이 종료돼 전자상가들이 있던 3층을 특징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구상 중”이라며 “과거 7층 웨딩홀 공간을 F&B(식음료) 푸드코트로 리뉴얼(재단장)한 것처럼 체험·전시·팝업 등 다양한 이벤트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재건축' 현수막이 걸린 나진상가의 모습.

또 다른 용산전자상가의 모습도 인적이 드문 휑한 모습이었다. 온라인으로 주문한 상품을 받아 가는 택배기사들이 종종 건물로 들어갈 뿐, 일반 고객으로 보이는 사람은 거의 안 보였다.

용산전자상가 중 대표 상가건물인 나진상가 12동 건물에는 ‘본 건물은 철거 후 재건축할 예정입니다’라는 현수막이 붙어있었다. 한때 전자상가들이 몰려있던 이곳은 모두 비어 있었다.

근처에서 휴대폰 매장을 운영 중인 40대 김모씨는 “손님이 너무 없어 우리(매장)도 곧 위치를 옮길 계획”이라며 “사람들이 다 온라인으로 사거나 집 근처에서 사지 용산까지 와서 전자기기 사는 시대는 끝난 것 같다”고 말했다.

빅데이터 전문기업 나이스지니데이타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상권 중 2019년 대비 매출 하락 폭이 가장 큰 곳은 용산전자상가였다. 용산전자상가는 3년 매출이 527억원 줄었다. 용산전자상가에 이어 매출 하락 폭이 큰 곳은 선릉역(351억원), 청담역(336억원), 동대문시장(335억원) 순이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용산 전자상가가 쇠퇴한 가장 큰 이유는 예전에는 ‘용산에서만 구할 수 있는 전자제품’이라는 희귀성이 있었는데 지금은 온라인으로 모두 구매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 구로구가 공장 지대에서 디지털 중심 지역으로 변화한 것처럼 용산전자상가도 전자제품에만 매몰되지 않고 새로운 지역 특성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