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이리저리 사도 5만원이 채 안 나왔는데 쿠폰 적용이 안되는 지 몰랐네요. 방법 없나요?”
지난 주말 신세계(004170)백화점 강남점의 지하 주차장은 평상시와 좀 달랐습니다. 주차 공간은 쉽게 찾을 수 있었던 반면, 주차장 입구에서는 혼잡이 빚어졌습니다.
무료 주차 쿠폰을 사용할 수 없다고 안내하는 직원과 이를 사용하려던 방문객 사이에 실랑이가 종종 벌어졌습니다.
신세계 백화점이 집객력 확대를 위해 월 2회 제공하던 3시간 무료 쿠폰을 이달부터 강남점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고 공지했기 때문입니다. 원래 신세계 백화점은 총 10개 점포(강남점, 경기점, 광주신세계점, 김해점, 대구신세계점, 대전신세계점, 본점, 센텀시티점, 의정부점, 천안아산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무료 쿠폰을 제공해왔는데 5월부터 갑자기 ‘강남점은 예외’라는 문구가 추가된 것입니다.
공지를 미처 보지 못한 고객들은 불편함을 호소했습니다. 친구와 커피 한 잔 마시러 왔다가 주차비를 내게 되어 황당한 사람, 찾던 물건이 없어서 그냥 돌아가는 와중에 주차비를 내게 된 사람 등 사연은 여러가지였습니다. 꼭 5만~15만원 어치를 사야 손님이냐는 불평도 나왔습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갑자기 이렇게 주차 쿠폰 사용을 중단한 이유는 바로 주차 혼잡 때문입니다. 한강을 찾는 이들이 늘면서 백화점 고객들의 주차가 불편해지자 어쩔 수 없이 한시적으로 중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상황이 나아지면 다시 재개할 계획도 있다고 합니다.
백화점 측 설명도 이해는 갑니다. 한강공원을 잠깐 찾는 이들에게 백화점 주차 쿠폰은 쏠쏠한 혜택이기 때문입니다. 웹상에는 한강공원 무료 주차 꿀팁으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많이 언급돼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백화점 업계의 시선은 다릅니다. 비용관리라는 쪽에 무게가 실려있습니다. 서울시 서초구청이 부과하는 교통유발부담금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계획도 있었을 것이란 뜻입니다.
교통유발부담금이란 교통혼잡을 완화하기 위하여 원인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 혼잡을 유발하는 시설물에 부과하는 경제적 부담입니다. 도시교통정비 촉진법과 서울특별시 교통유발부담금 경감 등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각 층 바닥 면적이 1000㎡ 이상인 시설물에게는 교통유발 부담금이 부과됩니다.
부담금은 시설물의 각 층 바닥면적의 합계에 단위부담금을 곱하고 교통유발계수를 곱해 산출됩니다. 백화점의 교통유발계수는 10.92인데 이는 공장의 교통유발계수(0.47)의 23배 수준입니다. 하지만 이 부담금을 줄일수 있는 방법도 있습니다.
서울시 경감조례 제6조를 보면 교통량을 줄이기 위해 자체적인 노력을 한 것으로 판단되면 부담금을 최대 20%까지 감액한다고 돼있습니다. 무료주차 쿠폰의 사용중단도 충분히 자발적 노력에 해당되는 내용이라 감액대상이 포함됩니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쿠폰 사용을 일시 중단하면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고 이를 응대해야 한다는 점을 충분히 알면서도 올해 백화점 업계의 화두가 비용관리인 만큼 실리적으로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신세계의 올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5%, 영업이익은 6.8% 줄었습니다. 코로나19 기간 있었던 보복소비가 사라진 데다가 저금리 기조가 깨지면서 소비여력도 줄었기 때문입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 2020년 기준으로 20억원의 교통유발부담금을 냈고 지난해엔 약 24억원의 교통유발부담금을 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비용 관리가 중요한 요즘,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부담금을 좀 줄일 수 있을까요? 교통유발부담금 부과기준일은 7월 31일. 이 날이 지나면 알 수 있을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