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의 부진이 화승엔터프라이즈(241590) 주가의 발목을 잡았다.

아디다스가 잘 팔리지 않아 재고가 쌓이자 생산자 개발방식(ODM)으로 운동화 등을 생산했던 화승엔터프라이즈에 떨어지는 발주량이 줄고 덩달아 공장 가동률도 하락했기 때문이다.

화승엔터프라이즈의 주가는 최근 1년새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1년 전 최고가인 1만7200원에 화승엔터프라이즈에 투자한 사람이라면 투자금은 반토막 났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픽=손민균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화승엔터프라이즈(241590)의 올 1분기 신발 사업부문(아디다스) 매출은 304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1분기(3853억원)보다 20% 감소한 것이다.

실적 부진은 바로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 최근 화승엔터프라이즈는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1년새 주가 수준이 가장 낮다는 뜻이다. 전날 이 회사는 유가증권시장에서 7580원에 장을 마감했다.

화승엔터프라이즈는 1953년 부산의 동자표 고무신을 만들던 동양고무공업주식회사에서 출발한 화승그룹의 계열사 중 하나다. 이 회사는 아디다스의 ODM 생산을 맡고 있는데, 6개의 베트남 법인과 3개의 중국 법인, 2개의 인도네시아 법인 등 총 19개의 해외법인을 가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목표주가를 앞다퉈 내렸다. 신한투자증권은 올 1분기 실적 부진을 이유로 목표주가를 1만6000원에서 1만원으로 낮췄다. 키움증권도 올 한해 화승엔터프라이즈가 부진한 실적이 낼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1만5000원에서 1만3000원으로 목표주가를 내려잡았다.

증권가는 화승엔터프라이즈의 주가가 전방산업의 업황 개선 없이는 상승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서 말하는 전방산업은 바로 아디다스의 부활이다.

아디다스는 작년 10월 미국의 유명 힙합가수 ‘예’(칸예 웨스트)가 유대인 혐오발언을 하자 그와의 계약을 종료하면서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

아디다스는 올해 1분기 매출 52억7400만유로(약 7조6000억원), 영업이익 6000만유로(약 870억원)를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6.3% 줄었다.

예는 아디다스의 단순 광고모델이 아니었기 때문에 문제가 컸다. 2013년부터 아디다스와 예는 협업 라인 이지(Yeezy) 시리즈를 시장에 내놨는데, 이지 시리즈는 나이키로 따지면 조던과 같은 상품이다. 이지 시리즈가 아디다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 수준으로 알려졌다.

신용평가사도 줄줄이 신용등급을 낮췄다. 국제 신용평가사 S&P는 예와의 계약 종료로 아디다스의 올해 매출이 작년보다 13억 유로(약 1조 8000억원) 정도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장기 신용등급은 기존 A+에서 A-1, 단기 신용등급은 A-에서 A-2로 낮췄다.

패션업계는 이런 분위기에선 화승엔터프라이즈가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보고있다. 아디다스가 이지라인 재고를 털기 위해 펴는 할인 정책이 화승엔터프라이즈의 발주 물량 및 공장 가동률 감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오지우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화승엔터프라이즈의 작년 4분기 가동률은 80% 초반으로 평균 가동률인 98%에 비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하누리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아디다스의 재고 소진 정도가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면 올해 3분기부터 아디다스가 재고를 비축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