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헬스&뷰티(H&B) 스토어 시장의 절대강자 올리브영이 온라인 사업 확장을 본격화하고 나섰다. 온라인 상품의 매입, 유통, 판매를 직접 조율하는 것을 넘어 외부 판매자의 상품 판매 중개로도 확장을 추진한다. 당장 온라인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올리브영 강남 타운 매장. /CJ올리브영 제공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리브영을 운영하는 CJ올리브영은 지난달 말 정관 내 사업 목적에 ‘통신판매중개업’을 추가했다. CJ올리브영은 CJ(001040)그룹 정보통신(IT) 서비스 계열사 CJ올리브네트웍스를 호스팅 사업자로 온라인몰을 운영하고 있지만, ‘통신판매업’만 갖춘 채였다.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통신판매중개업과 통신판매업은 구분된다. 우선 통신판매중개업은 셀러(판매자)를 온라인몰에 입점시켜 이들 상품의 판매 중개만을 담당하는 업태로, 쿠팡, 네이버(NAVER(035420)), 11번가, 티몬 등 ‘오픈마켓’이 이에 속한다.

반면 통신판매업은 거래 중개가 아닌 상품 도입부터 재고관리, 판매, 판매 이후의 책임까지 모두 챙기는 형태를 보인다. 다양한 상품을 싸게 팔기보단 좋은 상품을 좋은 서비스로 판매하는 형태로, 가격 경쟁력 제품 다양성에선 밀리지만, 충성 고객 확보에는 유리하다.

CJ올리브영이 덩치 키우기를 본격화하고 나섰다는 분석이다. 당장 통신판매중개업으로 온라인몰에서 상품군 확장이 용이해졌기 때문이다. 회사 측 역시 이번 정관 내 사업목적 추가를 두고 “올리브영 온라인몰 내 상품 카테고리를 늘리기 위한 업종 추가”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CJ올리브영이 뷰티·잡화 버티컬 플랫폼을 크게 넘어서지 않는 선에서 중개 판매 상품군 확장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화장품 제품에선 매입 판매를 유지하면서 화장솜, 화장솜 등 잡화에선 판매 중개를 늘려 상품군 확장과 가격 경쟁력까지 동시에 잡는 식이다.

전자상거래 업계 한 관계자는 “올리브영은 온라인 입점에서도 온라인 상담, 방문 상담, 품평회, 신용평가까지 진행하는 깐깐한 전략을 취해 왔다”면서 “이를 통해 확보한 온라인몰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이제부터 본격적인 상품군 확장에 나서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올리브영이 건강식품, 홈·리빙, 반려동물로까지 넓힌 상품 카테고리를 중개 판매 상품으로 채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올리브영은 그동안 오프라인 매장이란 한정된 공간에 전시·판매하는 상품을 온라인에서 그대로 판매, 카테고리는 다양함에도 상품은 적은 문제를 겪어 왔다.

그래픽=정서희

시장에선 이번 사업 목적 추가가 당장 CJ올리브영의 매출 증가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판매 중개는 재고관리와 유통 판매에 별도로 들어가는 비용이 없을 뿐만 아니라, 화장품 등 뷰티·잡화의 경우 판매 중개 수수료도 10~12% 수준으로 높게 책정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중개 판매의 장점은 플랫폼의 인지도만 있다면 물류도 재고 관리 등의 별도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이라면서 “가령 판매 중개 상품 거래액이 1000억원이라고 가정하면 거래액의 10%인 100억원을 통신판매중개업으로 버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CJ올리브영의 온라인 매출 비중은 25% 수준으로 집계됐다. 2018년 8%에 그쳤지만, 전국 약 1300개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한 즉시 배송 서비스 ‘오늘드림’, 온라인몰 상품 및 리뷰 큐레이션 서비스, 모바일 선물하기 서비스 등 잇따라 선보이며 온라인 매출 비중을 늘렸다.

CJ올리브영은 온라인 매출 비중 증가에 힘입어 외형 성장도 이뤘다. CJ올리브영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연결 기준 매출은 2조7809억원, 영업이익은 271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31%, 영업이익은 97% 증가했다. 순이익은 2056억원으로 집계됐다.

일각에선 CJ올리브영은 중개 판매를 활용한 온라인 외형 성장을 진행한 후 증권시장 상장에 재도전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CJ올리브영은 2021년 11월 미래에셋증권·모건스탠리를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고 기업공개(IPO) 작업을 진행해 왔으나 지난해 8월 잠정 연기했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증시 악화로 상장을 잠정 연기했다”면서 “적절한 시점에 IPO를 재추진한다는 방침으로, 시기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