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요기요를 운영하는 위대한상상이 상품 및 서비스 할인율을 협상하는 유튜브 프로그램 ‘네고왕’ 촬영을 당일 갑자기 취소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엔데믹 이후 배달 앱 이용자 수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악수가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4일 유튜브 채널 ‘네고왕’ 등을 제작하는 달라스튜디오에 따르면 전날 네고왕 채널에 ‘사상 최대 위기.. 결방은 막아야 해’라는 이름의 영상이 올라왔다.

해당 방송에는 요기요의 이름이 직접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당시 홍현희씨는 요기요를 연상시키는 옷을 입고 “배달시킨 분 어디시죠?”, “배민 따라잡아야지” 등의 멘트를 하며 사실상 요기요 관련 네고왕 방송이었음이 드러난 상태다.

네고왕 연출진은 요기요 측에서 갑자기 촬영을 못 하겠다고 밝힌 모습을 방송에 담아, 진행자인 홍현희씨 뿐 아니라 연출진들도 당황하는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제작사인 달라스튜디오 측은 “(요기요와) 촬영이 불발된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

네고왕 시청자들은 ‘요기요는 이제 요기까지다...잘가라’, ‘직전 취소로 남의 업무에 지장준 그 회사, 꼭 그 대가 다 치뤘으면 좋겠네요’, ‘요기요 때문에 이번에 네고왕 제작진분들과 현희언니 너무 고생한듯’, ‘당일날 취소한 회사 망길만 걸으세요’ 등 요기요를 비난하는 반응의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요기요 재직자는 “네고왕이 원래 사전 할인율 협의를 하고 촬영을 시작하는데, 할인 협의가 안 되어서 촬영이 취소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직자의 주장에 따르면 애초에 할인 협의가 안 됐기 때문에 당일 취소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다른 요기요 내부 관계자 역시 네고왕 촬영 전 유관부서와 협의한 결과, 촬영 포기 의사를 먼저 전달했다는 입장이다.

요기요 관계자는 “이번 건(네고왕 촬영)은 갑자기 취소한 것이 아니라,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협의에 임했으나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촬영이 진행되지 않은 건”이라며 “방송에 나온 것처럼 당일 촬영 취소는 아니다”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네고왕 방송 화면. /유튜브 '네고왕' 채널

현재 요기요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배달 앱 사용자 수가 줄고 있고, 앞서 요기요를 운영하던 딜리버리히어로가 매각 후 운영 시스템을 도로 가져가면서 기술적인 어려움도 겪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3월 배달앱 3사(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2898만명으로, 지난해 3월(3532만명)보다 18% 감소했다. 코로나19 유행 시기에는 외부 접촉을 꺼린 사람들이 배달을 선호했지만, 엔데믹이 도래하며 점점 외출객이 증가하고, 배달비 증가로 인한 부정적 인식이 쌓인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요기요는 지난해 7월 최고기술책임자(CTO) 자리에 전준희 전 쿠팡 부사장을 영입하는 등 자체 운영 시스템 개발 및 운영에 힘쓰고 있지만,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내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기술상의 문제로 앱 내 결제에서 중복 쿠폰 적용이 안 되는 등 딜리버리히어로 매각 이후 시스템 정비가 안 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요기요 측은 “앱 내 중복 쿠폰 적용이 되는 부분도 있는데, 적용이 안 되는 부분은 마케팅 로직상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편, 위대한상상은 지난해 4월 유한책임회사에서 주식회사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공시 의무가 생겨 매출 등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으로, 네고왕을 통한 앱 이용자 확대와 매출을 늘리고자 추진한 것 아니냐는 내부 해석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