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폭 줄이기에 고심하는 롯데온에서 '홈즈'라고 불리는 나영호 대표가 직접 나서 강연을 진행하고 주간 레터를 보내는 등 직원 전문성·충성도 높이기에 힘쓰는 모양새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나 대표는 취임 2년 차를 앞두고 사업적으로는 전문관 등 개편, 새벽 배송 중단 등 결정을 내림과 동시에 직원들 사기 진작에 힘쓰고 있다.
2021년 4월 롯데온 수장으로 영입된 나 대표는 G마켓, 이베이코리아를 거쳐 롯데온 수장에 올랐다. 이커머스 전문가인 만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앱) 중에서 차별화를 줄 수 있는 온앤더뷰티, 온앤더럭셔리, 온앤더패션 등 전문관을 선보였다.
작년 4월 출범한 온앤더뷰티의 뷰티 매출은 이날 기준 30%, 이어 9월에 출범한 온앤더럭셔리의 명품 매출은 2.5배, 11월에 출범한 온앤더패션의 패션 매출은 30% 신장했다. 영업 손실이 지속되자 새벽배송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사업 효율화에 나서기도 했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계가 물가·물류비 상승, 경쟁 심화 속에서 대부분 적자를 탈피하지 못하는 가운데, 롯데온 역시 영업적자 폭을 확실히 줄이지는 못했으나 당기순손실 폭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등 체질 개선에 나선 모양새다.
롯데온은 지난해 매출 113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1082억원) 대비 소폭 늘었다. 영업손실은 155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1558억원)과 유사했다. 다만 당기순손실 폭은 1910억원으로 전년(3942억원)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롯데온의 경쟁사인 SSG닷컴은 지난해 매출액이 1조7447억원으로 전년보다 16.8% 증가했으나 영업손실은 1112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폭을 줄이지 못했다. SSG닷컴의 2020년 영업손실은 469억원, 2021년 1079억원으로 적자 폭은 되레 더 늘었다. G마켓 역시 지난해 매출액이 1조 3185억원으로 전년 대비 증가했으나 영업손실은 655억원을 기록해 전년(43억원)과 비교해 적자전환했다.
최근 이커머스 업계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며 침체된 분위기가 지속하자 나 대표는 직원들 사기를 높이기 위해 직원들 앞에 직접 나섰다.
나 대표는 지난달 23일 사내 강연 프로그램인 '롯바시(롯데e커머스를 바꾸는 시간)'의 연설자로 나서 강의를 진행했다. '롯바시'는 강연 전문 프로그램인 '세상을 바꾸는 시간(세바시)'를 표방해 만든 사내 프로그램이다.
롯데온은 지난해 5월부터 물류팀 직원, 플랫폼개발팀 팀장, UX부문 상무 등 직급에 관계없이 내부 임직원이 물류혁신, 인공지능(AI), 애플리케이션 사용자 경험 및 환경(UX/UI) 등 자신이 가진 전문지식을 전하는 강의를 진행했다.
나 대표는 올해 1분기 첫 강연자로 나서 '밀리언셀러 만들기'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시장 트렌드와 고객 매력도 관점에서 아이디어 도출 등을 주제로 임직원에게 제안하기도 했다.
나 대표는 이 강연에서 '엘리베이터가 느리다'는 민원이 발생했을 때 단순히 큰 비용을 들여 빠른 엘리베이터로 교체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문제의 본질을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다'에 맞추면 거울을 설치해 자신의 상태를 체크하는 시간으로 쓸 수도 있다는 예시를 들기도 했다. 판매자의 관점뿐 아니라 구매자의 관점에서도 시장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매주 월요일 임직원에게 '먼데이레터'도 보내고 있다. 먼데이 레터는 나 대표가 취임 직후부터 모든 임직원에게 보내는 글로 회사의 현황 및 성과, 최근 이슈 밑 트렌드를 적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에는 레터 발송 100회를 맞아 B급 감성 명작으로 알려진 아카데미 시상작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를 소개하며 최근 B급 감성이 왜 주목받는지에 대해서 챗GPT에 묻고 답한 이야기를 전했다. 이어 롯데온은 어떤 식으로 이런 트렌드를 활용하면 좋을지 직원들에게 묻기도 했다.
롯데온은 지난해 1월 대리, 과장, 부장 등 직급제를 폐지하고 레벨제를 도입해 성과 위주로 보상하는 인사제도를 개편한 바 있다. 레벨제는 8단계로 구성돼, 자신의 성과만 입증되면 7년 만에 최고 단계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 롯데온 측 설명이다.
SSG닷컴 역시 내달 1일 자로 직급제를 폐지하고 그레이드(등급)제를 도입해 1~5등급으로 나눈다. 이 역시 개인의 성과에 따라 승진 기회를 부여하게 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에서 운영하던 사내 문화 제도를 유통강자 이커머스에도 도입하는 분위기"라며 "기존 유통기업은 사내 문화가 딱딱하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이제는 많이 유연화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