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적인 흑자일 것이라는 쿠팡이 2분기 연속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유통업계에서는 비결의 실마리를 분주히 찾고 있다. 쿠팡은 영업이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꼽았다. 이른바 ‘3S’ 전략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3S는 자동화 기술 기반의 풀필먼트 투자(Smart)와 배송 효율 증대(Speed), 제품 확대와 고객 멤버십 강화(Selection) 등이다.
① 멤버십으로 고객 잡아뒀다
최근 유통업계는 멤버십 세계관을 강화하고 있다. 그래야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데 비용이 덜 들기 때문이다.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신규 가입 소비자를 서비스에 안착시키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약 2만5000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각종 혜택을 주는 멤버십 가입으로 소비자를 잡아둘 수 있다면 1회성 비용을 그만큼 줄일 수 있다.
쿠팡의 와우 멤버십 회원 수는 지난 4분기 1000만명을 돌파하며 1100만명 기록했다. 이는 2018년 10월 멤버십 서비스를 출범한 지 4년 만의 성과다. 멤버십 회원 수는 단기간에 급증했다. 2020년 말까지만 하더라도 600만명 수준이었다. 유통업계에서는 제품을 한번 사고 마는 것이 아니라 멤버십 가입을 통해 ‘충성고객’이 된 소비자가 많아졌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충성고객을 만들지 못했다면 멤버십 회원 수가 정체를 맞아야 한다.
쿠팡의 와우 멤버십은 이마트·지마켓의 ‘스마일 클럽’(300만명) 등 유통 분야의 멤버십 서비스는 물론이고 국내에서 월 정기 서비스를 운영하는 주요 구독경제 서비스보다 가입자 수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기준 국내 주요 구독경제 서비스는 KT IPTV(858만명), 코웨이 정수기 렌털(656만), SK브로드밴드 IPTV(624만명) 등이었다. 넷플릭스나 멜론도 500만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실적은 와우 멤버십 회원들이 지불하는 비용보다 쿠팡에서 얻는 혜택이 크다는 점을 증명한 것”이라며 “국내 여러 멤버십 서비스보다 많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② 물류 효율화로 비용 감소
자동화 설비에 따라 비용을 줄인 것도 영향을 줬다. 신선식품의 경우 신선도를 유지하지 못하면 재고 비용으로 손실을 볼 수 밖에 없는데, 고객 수를 확보했고 빠른 배송을 통해 손을 줄였다. 쿠팡 관계자는 “선제적으로 물류센터에 투자한 것이 결실을 봤다”고 했다.
앞으로 쿠팡은 전국 ‘쿠세권’에 점진적으로 자동화 물류 인프라를 확대해 배송 효율을 확대하고 소비자 접점을 높이는 쿠세권을 확대할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2월 쿠팡은 무인운반로봇(AGV), 소팅봇(sorting bot) 등 1000여대 이상의 로봇을 운영하는 대구 풀필먼트 센터를 공개한 바 있다. 대구 FC는 대구와 남부권을 아우르는 첨단 물류 핵심이다. 쿠팡은 오는 2024년까지 광주광역시, 대전 등에 추가 물류센터를 준공할 계획이다.
③ 객단가가 늘었다
소비자 당 구매 금액이 오른 것도 쿠팡이 이익을 내게 된 배경이다. 멤버십 프로그램을 만들고 물류센터와 같은 설비에 투자를 했는데 소비가 늘지 않으면 이익을 낼 수 없다.
쿠팡에 따르면 2018년 처음 쿠팡을 사용하기 시작한 고객 집단(코호트)의 구매 금액은 쿠팡 이용 2년차에 1.66배 늘었다. 4년차에는 3.59배, 5년 차에는 4.74배로 늘었다. 가입 첫해보다 매년 갈수록 소비가 늘어난다는 뜻이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가장 오래된 고객 집단의 소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신규 고객 집단의 경우 기존 고객 집단보다 소비금액대가 높았다”고 했다.
김 의장은 이날 실적 발표를 하면서 앞으로 쿠팡의 성장세는 더 가팔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장 큰 이유로는 쿠팡에서 제공하는 20개 카테고리 중 9개 이상 품목에서 구매 이력이 있는 활성 고객이 현재의 20% 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을 꼽았다.
쿠팡 관계자는 “이 고객들은 평균 고객의 2.5배가 넘는 금액을 구매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사용할 품목 카테고리가 더 늘어나도록 쿠팡이 성공적으로 이끌면 앞으로 성장 가능성 크다는 뜻”이라고 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쿠팡이 2014년 로켓배송 출범 이후 국민이 애용하는 서비스로 성장했지만, 전체 60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유통시장에선 출발대에 섰다”며 “국내 유통환경 특성상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오프라인 유통파워가 견고한 데다 이마트, 롯데 등이 대대적으로 자동화 물류, 멤버십 투자에 나서는 만큼 이들과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