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밖에서 먹으면 한 끼에 1만원 이상 드는데 편의점에서는 그 절반 가격에 먹을 수 있어 종종 이용해요” (20대 직장인 이모씨)
‘런치플레이션(점심 식사를 뜻하는 런치+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외식비 부담이 심해지자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출생)를 중심으로 편의점 도시락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GS25는 지난 15일 출시한 ‘혜자로운 집밥 제육볶음 도시락’(이하 혜자 도시락)의 첫 발주량이 평소 도시락 신제품 출시 대비 350%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혜자 도시락은 GS25가 2010년 9월 배우 김혜자 씨와 함께 출시한 제품으로 소셜미디어(SNS)상에서 ‘가성비가 좋다’는 의미의 ‘혜자스럽다’는 신조어를 낳는 등 편의점 도시락 전성기를 이끌었던 제품이다. 출시 이래 2017년 상반기까지 총 40여 종 상품이 출시돼 1조원가량 판매됐다.
GS25는 최근 물가가 치솟고 편의점 도시락을 찾는 고객이 늘자, 1년 여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혜자 도시락을 재출시했다. 가격은 4500원이다.
GS25에 따르면 지난해 도시락 매출 신장률은 41.2% 급증했다. 2020년 도시락 매출 신장률(8.3%)에 비하면 5배가량 늘었다. 혜자 도시락 출시 이후 GS25 도시락 매출은 이달 15~22일 기준 전년 동기 대비 50% 신장했다.
CU도 이달 13일 사업가 백종원씨와 협업해 ‘백종원 트리플 간편식 시리즈’를 선보였다. 5000원대 고기 정식 도시락으로 고추장 불고기, 간장 불고기, 마라 소스 치킨 등을 담았다.
CU 관계자는 “22일 기준 도시락 매출 순위로 볼 때 1위가 ‘백종원의 완전한판 도시락’, 2위가 ‘백종원의 트리플 고기정식 도시락’”이라며 “저렴하지만 다양한 반찬을 담은 도시락이 학생들과 직장인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CU의 도시락 매출 신장률은 24.6%를 기록했다. 올해(1월 1일~2월 8일) CU 간편식 매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22.0% 신장했다. 카테고리별로 보면, 도시락 매출은 22.1%, 김밥은 24.6%, 삼각김밥은 33.7%씩 늘었다.
편의점 도시락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고물가로 외식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서울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송 모(25)씨는 “여의도의 경우 1만원 이하의 음식을 찾기가 어려운데 통신사 할인이나 편의점 애플리케이션(앱) 할인 등으로 운이 좋으면 3000원대로 도시락을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대표 외식 메뉴 8개 중 절반 이상이 1만원을 넘었다. 서울의 냉면 한 그릇의 가격은 1만692원, 비빔밥은 1만원, 삼겹살은 1만9031원, 삼계탕은 1만6000원에 달했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학원가와 오피스(사무실) 상권에서 4000원대로 저렴하게 구성된 도시락이 많이 판매됐다”라며 “외식비 부담이 커진 학생들과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아 편의점 도시락 생산량을 계속해서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