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새벽 배송업체 컬리가 상장 철회 의사를 밝혔다.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것이란 계산에 따른 것이다. 컬리 관계자는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을 시점에 상장을 재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컬리의 상장 연기가 수순이었다는 입장이다. 컬리는 지난 2021년 상장 전 자금조달(프리IPO)에서 기업가치 4조원 수준으로 인정 받았지만, 최근 비상장 시장에서 몸값이 하락하면서 기업가치가 1조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를 올려 잡으면서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이 기준금리를 따라 올리며 유동성(돈)이 축소된 것이 영향을 줬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컬리는 상장을 추진하는 동안 영업적자 폭이 매년 확대됐는데 현재는 영업적자를 감당하면서까지 밸류에이션(가치)를 쳐줄 수 있는 거시환경이 아니고 시장에서의 평가도 박할 수 밖에 없다”면서 “기업가치가 프리IPO 대비 25% 수준으로 떨어진 수준을 재무적 투자자(FI)들이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상장을 하는 것보다는 투자를 받아 기업가치를 더 올리고 시장 상황이 좋을 때 제값을 받는 편이 나은 선택이라고 본다”며 “새벽 배송으로 고비용 구조가 계속되는 상황에 증시 분위기도 나빠지면서 상장 추진을 그대로 가는 것은 무리였다”고 했다.

컬리의 영업손실은 2020년 1163억원, 2021년 2177억원으로 적자가 매년 늘어났다. 컬리가 핵심 서비스인 샛별배송(새벽배송)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하며 물류센터 투자비용과 인건비 부담 등 운영비용을 키운 것이 적자의 원인이 됐다.

컬리는 창업자인 김슬아 대표의 지분율이 5.75%, 미국 세콰이어캐피탈, 중국계 힐하우스캐피탈, 러시아계 디지털스카이테크놀로지글로벌 등 외국계 FI의 지분율이 약 35% 정도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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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배송 업체 컬리가 상장 철회 의사를 밝히면서 새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 1호 회사 간판은 오아시스로 넘겨줄 공산이 커졌다.

지난해 12월 30일 코스닥 시장 상장예비 승인을 받은 오아시스마켓은 예정대로 상장 계획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오아시스마켓 역시 승인 유효 기간이 6개월인 만큼 올해 6월 내에 증권신고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해야 한다.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식품 새벽배송을 동시에 운영하는 오아시스마켓은 2011년 우리소비자생활협동조합(우리생협) 출신인 김영준 대표가 설립한 회사다. 컬리와 달리 규모는 작지만, 계속해서 흑자를 내고 있다. 오아시스마켓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한 3118억원, 순이익은 43% 늘어난 30억원을 기록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고금리 상황에서 미래 전망이 불확실한 유통 기업의 경우, 현재 시점에서 제대로 기업 가치를 평가받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특히나 적자 기업의 경우 무리한 상장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